전일광장·이기언> 책읽기 생활화로 학생 문해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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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이기언> 책읽기 생활화로 학생 문해력 키워야
이기언 광주교육청 교육정책연구원·교육학박사
  • 입력 : 2022. 08.18(목) 15:35
  • 편집에디터
이기언 연구원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된 학생들이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을 아쉬워하며 푸념하는 대화를 듣다보니 필자가 경험했던 방학이 생각났다. 방학이 시작될 무렵이 되면 커다란 박스가 집으로 배달되곤 했다. 그 안에는 전집류의 동화책 등 한 무더기의 책이 들어있었는데, 필자의 방학 기간 지루함을 덜어줄 친구이자 학습 자료였다. 새 책을 펼칠 때 특유의 잉크 냄새와 쩍쩍 벌어지는 소리가 좋았다. 내가 가장 먼저 책에 손때를 묻혔다는 우쭐거림은 여전히 기분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사회적 소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과 소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독서라고 하였다. 자신이 어릴 적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유일하게 접했던 동아 백과사전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때의 세계동화전집, 중학교 때 한국단편문학전집, 고등학교 때 선물받았던 노벨상문학전집은 감성을 가진 과학자가 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아주대 박형주 전 총장도 비슷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자신의 집과 친구들 집의 책을 모두 섭렵하고 도서관에서 'ㄱ'부터 'ㅎ'까지 모든 책을 읽고 난 뒤 어느 순간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도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 시인을 꿈꾸었고 그러한 능력이 수학과 연결되었다고 하였다. 허 교수는 시인이 보이지 않는 것을 시로 표현하는 것과 자연의 조화나 대칭성을 수학으로 표현하는 것이 같은 이치라고도 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학교 현장의 독서 실태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의 2020 광주교육종합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초·중·고 학생들의 한달 평균 독서량은 6.9권이었다. 초등학생 14.2권, 중학생 5.7권, 고등학생 3.8권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학생들의 비율이 11.0%라는 점은 독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독서량은 진로 결정 여부, 희망하는 직업을 성취할 수 있느냐에 관한 가치관, 학생의 사회참여에 관한 긍정적 인식과도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가치관과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 중에서 독서를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 독서를 생활화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필자는 연구와 관련된 면담 중 여러 교사로부터 학생들이 시험문제 자체를 이해 못해서 시험 도중 질문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정작 질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후배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하였다. 이는 필자에게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왔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가 체감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에 태어나 디지털 매체와 모바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환경 탓에 짧은 영상에는 익숙한 반면 줄글로 된 자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문해력 저하의 주된 원인이자 책을 읽지 않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직선 4기 교육 비전을 '미래인재를 기르는 혁신적 포용교육'으로 정하고 다양성을 품은 실력 향상을 위한 생태계 조성의 첫 번째 과제로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였다. 독서교육 지원 체제 강화를 위한 교육청·직속도서관·지원단 및 연구회 간 네트워크를 구축, 실습형 교원연수와 빛고을 독서교육 통합플랫폼을 통한 지원을 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온작품 읽기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독서교육을 내실화하며, 학년별 권장도서를 활용한 양적·질적 빛고을 권장도서 인증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책읽기를 생활화하고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정책으로서뿐만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일상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특히 어린 자녀에게는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광주광역시에 등록된 421개의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공간과 자원을 연결하여 시민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독서는 완성된 인간을 만드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지금, 나와 지인들에게 책 한권 선물해보면 어떨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