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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시공을 횡단, 소우주와 우주를 공명하는 풍물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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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시공을 횡단, 소우주와 우주를 공명하는 풍물굿

풍물굿, ᄆᆞᆷ의 수렴과 확장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된 농악의 범주를 제외하면
'풍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동호인들이 늘었다.
농악이란 이름을 축소하여 풍물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일까?
농악이란 이름을 확대하여 풍물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일까?

게재 2022-08-11 15:18:13
임실필봉농악-블로그 후니의 감성기행에서 인용
임실필봉농악-블로그 후니의 감성기행에서 인용

"수컷 굴뚝새는 영토를 얻게 되면 흔히 있기 마련인 침입자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음악상자 리토르넬로'를 만들어 낸다. 그러고 나서 영토 안에 직접 집을 짓는다. 심지어 12개씩이나 지을 때도 있다. 암컷이 다가오면 한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집 속을 들여다보는 암컷에게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꼬리를 낮추고 노랫소리를 점차 약하게 한다.(중략) '구애'의 기능 역시 영토화되어 있다. 하지만 영토의 리토르넬로를 매혹적으로 만들기 위해 강도를 바꾸기 때문에 그 정도는 집짓기보다 덜하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이하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에 나오는 설명이다. 오래전 소리의 영토와 재영토화에 대해 소개하면서 인용해둔 대목이다. 리토르넬로에서 공명(共鳴)까지란 부제를 붙였던 이유는 지난 칼럼에서 다룬 'ᄆᆞᆷ톨로지'와 수렴 및 확장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 다시 들뢰즈를 소환한다. 맘과 몸 곧 ᄆᆞᆷ의 영토를 얘기해보고자 함이다. 수컷 굴뚝새가 경고의 의미로 만들어 내는 지저귐의 공간이 소리의 영토다. 이렇게 비유한다. 화가는 체세포(soma)에서 생식질(germen)로 향하는 반면 음악가는 생식질에서 체세포로 향한다. 소마(Soma)는 정신에 대칭되는 몸 혹은 신체라는 뜻이고 저민(Germen)은 유전과 생식에 관여한다고 생각되는 생식세포다. 음악가의 리토르넬로는 화가의 리토르넬로와 역상(逆像)이다. 반대라는 뜻이 아니라 대칭(對稱)이다. 나는 이를 주역의 대대성(對待性)으로 풀이해왔다. 서로 대립하면서 의존하는 관계, 곧 대답하고 기다리는 관계다. 마침 임실 필봉에서 열리는 한국풍물학회에 발표할 기회가 생겨 이를 재정리해두었다.

임실필봉농악-블로그 후니의 감성기행에서 인용
임실필봉농악-블로그 후니의 감성기행에서 인용

ᄆᆞᆷ은 어떻게 확장되고 이어지는가?

"우리 언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우리는 짐승의 새끼를 또 하나의 짐승이라 부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 어버이의 한 가지라든가 연장이라 불러야 옳다. 왜냐하면 짐승의 태아는 어버이의 한 부분이거나 한 부분이었고,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태어날 때에 완전히 새로운 존재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은 그 어머니가 지녔던 행동 습성의 일부를 그대로 간직하게 된다."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였던 에라스무스 다윈이 일명 '유기적 생명의 법칙'이라고 하는 그의 저서 「주노미아」(Zoonomia, 1794)에서 한 말을 장회익이 인용한 글이다. 마굴리스와 세이건이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 1995)에서 말한 'Global life'를 '온생명'으로 번역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마치 거대한 나무가 뿌리 뻗은 끝자락에 묘목을 길러내는 모양이라고나 할까. 육상의 생물들이 탯줄을 통해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다가 마침내 광명한 세상으로 나오는 사건이라고나 할까. 나는 이를 유교적 ᄆᆞᆷ의 상속 혹은 ᄆᆞᆷ의 확장이라는 의미로 읽고 그것을 재생 모티프 혹은 부활의 모티프로 해석한 바 있다. 지난 칼럼에서 남도씻김굿의 영돈말이 즉 이슬털이를 증류주 내리는 방법의 모티프로 읽어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삼 말하거니와 망자의 옷을 돗자리에 말아서 그것을 쑥물, 향물, 맑은물로 씻는 '이슬털이'는 마치 조상의 피와 살을 술과 떡으로 만드는 과정과 같은 것이다. 음복이란 이를 먹고 마셔, 칠성별로 돌아간 조상 혹은 망자와 합일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죽은자와 산자는 ᄆᆞᆷ의 상속과 확장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졸고, 「산자와 죽은자를 위한 축제」 참고).

2022. 필봉마을 굿축제 포스터
2022. 필봉마을 굿축제 포스터

농악과 풍물, 확장된 ᄆᆞᆷ의 공명은 무엇일까?

수컷 굴뚝새는 '울음'을 통해 ᄆᆞᆷ을 수렴하고 확장한다. 우리가 이를 '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더불어 울림(共鳴)'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보성지역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장흥사람 안유신(安由愼, 1580~1657)이 지은 '유두관농악(流頭觀農樂)'으로부터 '농악'이라는 호명이 발견되기 시작한다는 점 본지 칼럼을 통해 몇 번 밝혀두었다. 16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이 호명 방식은 매우 여러 차례 시문과 일기 등을 통해 등장한다. 다수의 민속 관련 학자들은 <농악>이란 호명을 일제강점기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농악이 '더불어 울림'의 방식을 통해 스스로의 영토를 재구성해왔다는 점을 간과한 해석들이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된 농악의 범주를 제외하면 '풍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동호인들이 늘었다. 농악이란 이름을 축소하여 풍물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일까? 농악이란 이름을 확대하여 풍물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일까? 나는 지난 연구에서 농사에 초점을 두어 해석하였고 굳이 농악이란 이름을 폐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2022. 1월 7일 본 칼럼 참고). 하지만 근자에 농악을 더 공부하면서 후자의 생각으로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예컨대 16세기 기록의 농악은 '두레풍장'에 가까운 것이다.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오늘날의 농악은 수많은 장르를 혼합하고 재구성하면서 완성되었다. 마을굿(당산굿, 성황제, 여제, 기우제 등), 두레풍장(들노래, 향약, 계 등), 나례희(궁중과 지방관아 중심 정초 의례, 성문의례), 군사훈련(진법, 점고, 걸군, 걸궁 등), 유랑연희(중매구, 중걸립, 남사당, 각설이, 풍각쟁이 등), 무격의례(성주의례, 기우의례 등) 등은 물론이려니와 오늘날 탈굿이나 탈놀이 등으로 분화된 장르까지 복합적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각종 장단이며 복색이며 놀이의 구성 등이 모두 그러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대의 풍속을 모두 그렸다고 하는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에 어찌 지금 형태의 농악이 단 한 번도 출현하지 않겠는가.

남도인문학팁

ᄆᆞᆷ의 수렴과 확장, 풍물놀이의 위상

농악이란 호명이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해석은 틀리다. 다만, 현재 광범하게 사용하는 풍물이라는 용어가 가진 함의를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ᄆᆞᆷ의 수렴과 확장을 상고하다보니 이르게 된 생각이다. 'ᄆᆞᆷ톨로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이기도 한데, '풍물'의 역사에 대해서는 따로 지면을 할애하겠다. 나의 이런 생각은 해관 장두석 선생의 '한민족생활연구회' 활동으로부터 출발했다(2018. 3월 30일 본 칼럼 참고). 약칭 '한민연'이라 한다. 이들의 관심은 몸과 사회가 하나고 남한과 북한이 하나라는 데 있다. 아픈 몸, 분단된 한반도의 문제를 묶어서 이해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회가 꼬이고 뒤틀리는 것을 몸의 내부가 뒤틀리고 꼬여 질병을 얻는 데에 비유한다. 몸뿐만 아니라 맘에 적용해도 해석은 같다. <동의보감>이나 <황제내경>의 인체도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풍물굿이 발전하고 정착해온 내력을 보면 더욱 명료해진다. 몸과 맘 곧 ᄆᆞᆷ을 수렴하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거의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집돌이'의 집은 ᄆᆞᆷ의 작은 확장이고, 이를 확장하면 '마을굿'의 마을이 되며, 더 확장하면 나라가 ᄆᆞᆷ이고 지구별과 우주가 ᄆᆞᆷ이 된다. 인간을 소우주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지난해 (사)나라풍물굿이 벌였던 나라터밟이 행사는 국토를 ᄆᆞᆷ의 확장으로 이해한 의례다. 수렴의 방식 강강술래에 대해서는 따로 지면을 만들겠다. 이처럼 호명의 방식 곧 이름짓기는 시대정신을 담아 변천하고 정착해왔다. 마치 판소리가 1900년도 초반까지 성악, 창악, 창극, 음률 등의 용어를 혼용하다가 '판소리'라는 호명으로 정착한 것과 같다. 어느 시대고 난세이지 않은 적 있으랴만, 자살률 십수 년째 일등을 하고, 지도자들이 자꾸 퇴행하는 풍경들을 마주하다 보니, 'ᄆᆞᆷ톨로지'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시공을 횡단하여 소우주와 우주를 한 몸 삼아 울리(共鳴)는 방식, 그 정점에 우리는 풍물놀이의 리토르넬로를 만들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