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두 번째 기록-해양연구소 사람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이타적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두 번째 기록-해양연구소 사람들'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2. 05.25(수) 16:22
  • 편집에디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 4월 포항 영일만 구항에서 독도와 울릉도 주변해상 연구를 전담할 '독도누리호'의 취항식을 가졌다. 뉴시스

'해양연구소 사람들'. 최근 종편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던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보고 떠올려 봤던 드라마 제목이다. '기상청 사람들'은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라는 부제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기상청 배경으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이다. 기상청이라는 신선한 장소 덕분이었을까? 방영 내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잘 챙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지구과학을 공부하고 또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필자도 자연스럽게 기상청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본방 사수는 못하더라도 잘 정리된 하이라이트 영상들을 챙겨 보곤 했다. 시청했던 하이라이트 영상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 중 주인공 진하경(기상청 총괄예보관)이 기상청에 관해 왜곡된 기사를 쓴 기자에게 과학적인 근거를 들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면이었다.

반박 내용을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대한민국은 세계 기상학자들이 얘기하는, 기상을 관측하기 어려운 조건을 모두 가진 곳이라 실효성이 없어 안개 특보를 발표하지 않는 것인데 이를 기상청의 무능함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직접 대사를 한 주인공이 실제 대기 과학자도 그리고 기상청 관계자도 아니었지만 다른 어떤 전문가가 얘기할 때보다도 더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있을 법한 이야기를 모아 만든 드라마지만, 이러한 장면들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기상청에 대한 인식을 한층 긍정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10대, 20대 젊은이들에게도 기상 연구에 대한 호기심과 꿈을 심어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심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국내에는 기상청 이외에도 국내 지구과학 및 해양 분야의 연구와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많은 연구소와 기관이 존재한다. 해양 관련 연구소와 기관에서는 기상청과 유사하게 해양과 관련한 각종 예보도 발표하고, 우리나라 주변 바다와 대양을 직접 관측하기도 하며, 해양 모델링을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주변 바다 및 전지구 해양 변화를 예측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정기적인 해양 관측은 우리나라 주변 해양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해양 자료를 장기적으로 축적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업무이며, 이를 위해 해양 관측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씩 선박에서 생활하면서 관측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육지에서 먼 해양으로 나가게 되면 핸드폰 신호가 잘 연결되지 않아 가족, 연인, 친구들과의 연락이 쉽지 않고, 흔들리는 선박에서 식사와 잠을 해결해야 하는 등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고된 일이 많기 때문에 선박 관측 활동은 업무의 중요도에 비해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해양에서 힘든 선박 관측 활동을 경험할 때마다 주변 동료들과 우스갯소리로 해양 관측자는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직종이라는 얘기를 나누며 고됨에 관해 하소연하곤 했다. 이처럼 직접 참여하고 있는 본인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니 주변에서 이를 보고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해양 관측자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가지고 또 꿈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은 자기 PR 시대에서, 해양 관측자에 대한 이미지 쇄신과 해양 관측에 대한 젊은 친구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해양 분야에서도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여러 새로운 방식의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노력으로 '기상청 사람들'과 유사한 해양 배경의 드라마 제작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