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에 '구례의 맛' 담아… '빵지순례' 성지 우뚝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지역속으로
우리밀에 '구례의 맛' 담아… '빵지순례' 성지 우뚝
지역 명물 빵·술 지역효자로 만들자 ⑦ 구례 '목월빵집'||박목월詩 좋아 ‘목월’작명 ||직접재배 우리밀로 구운빵 ||젠피 등 구례 특색 담아내 ||시니어 채용 등 지역 상생
  • 입력 : 2022. 05.24(화) 10:49
  • 김은지 기자

목월빵집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우리밀빵.

앉은뱅이밀, 금강밀, 아리흑밀, 호라산밀 등 우리밀과 직접 끓인 팥부터 구례에서 공수한 곶감까지. 건강한 재료로 건강하게 구워진 고소한 빵이 전국민의 발길을 구례군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밀 주산지 가운데 중 한 곳인 구례군에 위치한 목월빵집(대표 장종근·40·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로 85)이다. 목월빵집은 빛고을대로,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순천완주고속도로를 한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구례 읍내 한편에 위치해 있다. 곳곳이 보라색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2층 건물은 주말만 되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소박하면서도 아늑한 인테리어는 유럽 어느 한적한 빵집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코끝을 자극하는 구수한 빵 냄새도 한몫했다. 가게 중앙에는 우리밀로 만들어진 20여 종류의 빵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밀가루는 물론, 작은 재료까지 건강하게

목월빵집은 금강밀, 백강밀을 시작으로 토종우리밀 품종인 앉은뱅이밀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장종근 대표의 아버지가 구례군에서 직접 생산한 구례호밀과 흑밀을 자가제분해 빵을 만들고 있다.

모든 빵에는 달걀과 우유가 들어가지 않으며, 비정제원당과 곡물당은 치아바타류와 식빵류에만 소량 사용한다. 버터 역시 페스츄리와 일부 빵에만 사용되고 있다.

건강함이 가득한 것도 특색이지만, 빵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구례의 맛도 인기에 한몫했다.

구례곶감크림치즈빵은 발효한 자가 제분한 통밀에 구례에서 난 곶감과 크림치즈를 가득 넣었다. 고소한 빵과 달콤한 곶감, 부드럽고 담백한 크림치즈의 조합은 한 입으로 끝낼 수가 없는 맛이다.

쑥부쟁이 들기름 치아바타도 다른 빵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오묘한 맛으로 출시 이후 줄곧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채취한 뒤 곧장 말린 쑥부쟁이 나불을 물에 불려 대추, 피칸 등 고소한 견과류가 버무려진 우리밀과 함께 구워 만든다.

목월빵집에서는 앉은키통밀목월팥빵 등 10여종의 팥빵을 만나볼 수 있다. 모든 팥빵에는 구례에서 공수해 직접 끓인 팥이 들어간다. 시중에서 파는 단팥빵보다는 단맛이 훨씬 덜해 익숙한 팥빵의 맛은 아니지만, 슴슴하고 고소한 맛에 중독돼 다시 구매하러 오는 고객이 한둘이 아니다.

이 밖에도 수제햄젠피빵, 제철나물피자, 산동막걸리오곡빵등 지역의 식문화가 담긴 다양한 빵들을 만나볼 수 있다.

2006년부터 목월빵집을 운영 중인 장종근 대표.

●전남의 식문화, 빵타고 전국으로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 속 한 구절이다. 장종근 대표는 이 대목에 빠져 빵집 이름을 '목월빵집'으로 짓게 됐다.

유년기를 구례에서 보낸 장대표는 고향의 특산물과 관광자원의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이곳에 정착했다.

독일 유학 시절 즐겨 먹었던 천연발효빵에 꽂힌 그는 2년간 서울에서 일하며 유명 빵집과 프랜차이즈 빵집의 치열한 경쟁을 목격하고 지역 창업을 결정했다. 대도시와 구례의 임대료 등 초기 창업 비용 차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오픈 초기부터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남은 빵을 폐기하는 날들도 비일비재했다. 이미 구례에도 여러 개의 빵집이 있었기 때문에 차별화를 가져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도 이 즈음이다.

장대표는 우리밀빵에 집중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한 빵을 만들자는 생각에 우리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파종부터 제분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발로 뛰었다.

목월빵집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끊이지 않았다. 지역 식문화를 빵에 녹아내고 싶었던 장대표는 구례에서 나는 젠피, 팥, 제철나물, 곶감 등을 활용해 말 그대로 구례가 담긴 빵을 구워냈다.

어느 순간 퍼지기 시작한 입소문은 전국 빵순이, 빵돌이들을 구례로 이끌었고, 2016년 처음 문을 연 뒤 6년이 지난 현재 목월빵집은 평일 기준 3~400명, 주말 기준 1000명이 방문하는 '빵지순례' 대표 빵집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역과 상생하는 '실질적 로컬 빵집'

목월빵집의 팥빵에 들어가는 팥소는 2년 전 채용된 구례의 시니어들이 만들고 있다. 구례가 오래전부터 고령화된 탓에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종근 대표는 새로운 관점으로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채용된 아르바이트생들은 평균 연령 75세를 웃돈다. 교육기간 3개월을 마친 이들은 하루에 3시간, 주 5~6일 근무하며 빵에 들어갈 기본 재료를 손질하고 만든다.

장종근 대표는 "처음에는 도전으로 시작했던 시니어 채용이었는데, 지금은 이분들이 안 계셨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며 "현재 4분이 목월빵집과 함께 일을 하고 계시는데 앞으로 더 많은 시니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 지역에서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함께 상생해야 하지 않겠나. 시니어 채용이 좀 더 일반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장대표는 목월빵집이 구례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실질적인 로컬빵집을 목표로 구례에 더 보탬이 되는 빵집이 되고자 한다.

그는 "목월빵집을 찾기 위해 구례를 찾았다는 고객이 종종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지역 상생과 순환을 기본으로 구례와 꾸준히 함께하는 가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목월빵집의 제빵공간. 이 곳에서 목월팥빵, 쑥부쟁이 치아바타를 비롯한 20여 종류의 빵이 만들어진다.

목월빵집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우리밀빵.

목월빵집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우리밀빵.

목월빵집 2층에 만들어진 테라스 공간.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