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로 그리는 오월의 기록"…'Remember 5·18'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518
"음표로 그리는 오월의 기록"…'Remember 5·18'
● 5·18 42주년 특집-기록을 넘어 시대를 넘어|| 아티스트 ‘가람휘락’ 뮤지컬 노래 ||작곡가 조정훈·성악가 2명 합심|| “광주 대한 무지함…죄책감 느껴” ||영상·문헌자료 찾아 철저한 고증
  • 입력 : 2022. 05.23(월) 18:09
  • 도선인 기자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장르의 노래 'Remember 5·18'를 공개한 가람휘락. 왼쪽부터 광주시립합창단 윤은주 씨와 이형기 씨, 그리고 작곡가 조정훈 씨.

"광주에 대한 무지함이 죄책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의 부채의식이 'Remember 5·18'의 시작이죠."

광주에서 엔터테인먼트 '아트브레인컴퍼니'를 운영하는 조정훈 씨는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장르의 노래 'Remember 5·18'를 공개했다. 광주시립합창단 소속 이형기 씨와 윤은주 씨의 음색은 어느새 1980년 5월 그날의 진실을 마주한다.

바로 '지워지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노래하자'라는 한뜻으로 광주에 모인 아티스트 '가람휘락'이다. 여기서 가람휘는 '강을 담을 만큼 큰 그릇'을 뜻하고 여기에 '즐거울 락'을 더했다. 이들이 지난 18일 조정훈 씨의 개인 유튜브 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Remember 5·18 뮤직비디오는 벌써 조회 수 2000회를 넘었다.

'Remember 5·18'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 아직 이 땅에 너무 많아. 그만 잊으라 하지 외면하라 말하지 비난하면서 조롱하듯 말하지…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면서."

Remember 5·18의 가사 한 부분처럼 노래는 '무지'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된다. 잘 모르면서 5·18민주화운동이 잊히는 것, 왜곡되는 것에 대한 경계다. 가람휘락은 노래라는 대중 장르를 통해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기록을 시도하고 있다.

조정훈 씨는 "19살 때 처음 광주에 왔는데, 당시 터미널에 희생자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리얼한 그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강원도 사람이라 5·18을 전혀 모르던 상황에서 본 사진이었는데, 그냥 광주가 이상한 동네인줄만 알았다. 뒤늦게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광주를 몰랐던 것에 대한 부채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극심한 시대, 가람휘락은 현실 고증에 중점을 뒀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도움을 받아 뮤직비디오 장면 역시 당시 모습들로 채운 이유기도 하다.

조 씨는 "단순하게 감정적으로 노래를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당시 영상자료, 문헌자료 등을 찾아보고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며 "총소리, 바퀴 달린 장갑차 소리 등 음향까지 당시 영상을 찾아 수백 번 듣고 가장 가까운 해당 총기의 소리를 삽입했다"고 말했다.

Remember 5·18에서 연달아 울리는 3번의 총소리가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는 예다. 5월20일 광주역 일대에서 집단 발포가 이뤄졌는데, 당시 제3공수여단장 최세창이 발포 명령 및 경고를 뜻하는 권총 3발을 공중에 발사했다. 이를 드라마 메타포로 활용한 것이다.

조 씨는 또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인물 고 김사복 선생님의 아들 김승필 씨와 5·18 당시 광주시민들을 지켰던 고 안병하 치안감 가족분들과도 인연이 있는데, 이분들의 만남도 큰 계기가 돼 노래 작업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날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던 목소리의 주인공 이형기 씨와 윤은주 씨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음악의 존재 이유를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라 생각했기에 견뎌냈다.

이형기 씨는 "내가 겪지 않은 5·18을 너무 쉽게 노래하지는 않는지, 감정적으로만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며 "줄거리 자체가 무게감이 느껴져 담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은주 씨는 "노래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평온한 사람들의 이야기다"며 "이유 없이 죽어간 시민들에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울컥해 녹음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가람휘락은 Remember 5·18을 시작으로 매달 기억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람휘락은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 3·1운동, 독도 등의 소재에서 모티브를 얻어 곡들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