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63-1> 선거 약자 '소중한 한표' 외면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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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63-1> 선거 약자 '소중한 한표' 외면하는 정치권
이주민 9만명에도 정치 소외 커||후보들 관련 정책 공약도 실종||오지·장애인 멀고 먼 투표소 길
  • 입력 : 2022. 05.22(일) 18:49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6·1전국동시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주·전남 지역 선거약자의 '소중한 한 표'가 정치권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9만여 명에 달하는 이주민(결혼이주여성 등)이 광주·전남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주민을 위한 선거 공약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전남 낙도 주민들은 배를 타고 원정투표를 해야 하며, 장애인들에게 멀고도 먼 투표소 가는 길이 존재한다. 이들 선거약자들이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주민과 낙도주민, 장애인 등에 대한 정치권의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22일 행정안전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내달 1일 열리는 지방선거 선거인수는 선거인명부 확정일(5월20일) 기준으로 광주 120만6886명, 전남 158만98명이다. 이중 외국인 선거권자는 광주 961명, 전남 1624명에 그친다.

하지만 광주·전남에서 거주하는 이주민은 9만230명(광주 4만480명·전남 4만9750명)에 달한다. 이는 전남 군 단위 2개 규모로 최소 기초단체장 2명을 선출할 수 있는 인구지만 국적이 없거나 피선거권이 없는 아동 등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후보들이 이주민 정책 등의 공약을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주민이 많음에도 불구 각 정당별로 이주민의 정치권 진출도 외면하고 있다.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이 필리핀 이주여성인 이자스민을 비례대표로 공천, 당선된 게 최초이다. 인구대비 타 광역시·도보다 이주민 인구가 많은 광주·전남 지방의회에선 여전히 이주민 후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남 낙도 주민들도 매한가지다. 전남선관위에 따르면 전남 유인도 271곳 중 81곳만 투표소가 설치되고 나머지 190곳은 투표소가 없어 육지로 가거나 인근 거점투표소로 향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낙도지역 주민들 대다수가 고령인데다 시간이 제한된 정기 여객선이나 자신의 선박을 이용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교통 불편에도 섬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응했다.

문제는 낙도주민들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기초의원 후보 외에 광역·기초단체장, 광역의원 후보들의 얼굴도 모른채 투표를 하는 '깜깜이 선거'를 하는 처지이다. 낙도 대부분이 50명 안팎의 작은 섬인데다 교통편이 제한되면서 후보들이 낙도 유세를 꺼리는 분위기다.

다만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 투표일 당일 선박 14척을 동원, 낙도를 대상으로 교통편 지원에 나선다.

장애인들은 선거 때마다 투표소로 향하는 길은 늘 험로다. 투표장 앞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보니 '참정권의 벽'은 높기만 하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광주장차연)는 3·9대통령선거 기간 '장애인 참정권 차별 모니터링 결과보고서'를 통해 광주지역 23곳의 투표소 중 65%인 15곳이 지체장애와 발달장애인 유권자에게 '차별 투표소'인 것으로 조사됐다. 차별 투표소로는 1층이 아닌 투표소, 엘리베이터 등이 없거나 장애인을 위한 기표 보조 용구 등이 비치되지 않은 것이 주를 이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장차연 등의 장애인 단체들은 선거 때마다 이동권 보장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년간 지속된 요구를 정치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광주장차연은 이번 지방선거 때 5개 정당의 광주시장 후보에게 각각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고,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헌권 광주 광산구 인권보장및증진위원회 위원장은 "선거철마다 선거 약자들을 위한 정치권의 배려는 늘 부족했다"면서 "표의 가치가 낮다는 정치 공학적 접근 탓에 이주민, 장애인을 위한 정책 발굴 부족과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못했다. 선거 약자를 품는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