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자유…자유…자유' 35번… 통합·소통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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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자유…자유…자유' 35번… 통합·소통 '0'
국내·외 위기 돌파 ‘자유’ 제시|| ‘세계시민·글로벌’ 韓 위상 강조|| ‘공정’ 3번… “공정 규칙 지켜야” ||‘평화’ 12번 ‘국제’ 9번 등 언급
  • 입력 : 2022. 05.10(화) 16:26
  • 서울=김선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단연 '자유'였다.

A4 10장 분량의 취임사에서 정치는 2번, 경제는 5번 언급한 반면, 자유는 35번 강조하면서 새 정부 국정운영 방향의 토대임을 분명히 했다. 또 '세계 시민'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통합'이나 '소통'은 언급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이라는 인사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자유는 취임사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윤 대통령은 국·내외 위기와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도 했다. 또한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자유 다음으로 많이 나온 단어는 국제(9회), 세계 시민(7회) 글로벌(1회) 등 비슷한 맥락의 표현들도 반복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의 도입 부분부터 '세계 시민 여러분'이라고 말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국제 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 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 데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도 대한민국에 더욱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총 8번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반지성주의'라며 2번이나 언급했다. 다수의 힘을 상대 의견을 억압하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된 이유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민주주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설명했다. '반지성주의'라는 표현은 윤 대통령이 취임 연설문 초안을 직접 고치면서 고심 끝에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는 총 6번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혼자 만의 노력으로는 혁신도, 자유 시민으로서의 일상도 지킬 수 없다며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 연대"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키워드인 '공정'은 3차례 나왔다. 그는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시스템 차원에서 갖춰야 할 공정을 언급했다. 또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며 일상 속에서의 공정을 당부했다.

'평화'는 12번, '국제'는 9번이나 담겨 향후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비핵화를 통한 평화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대목에서 북한의 '핵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적 갈등, 양극화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소통'이나 '통합' 등의 키워드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화'라는 표현은 대북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