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가거도 유적·민속문화>새·들·의·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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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가거도 유적·민속문화>새·들·의·천·국
국토 최서남단 신안 가거도 (4)철새||철새 중간기착지 '에너지 보충'||국내 580종 중 400여종 확인돼||매·칼새·섬개개비 등 집단번식
  • 입력 : 2022. 05.02(월) 10:18
  • 박간재 기자

흑산 신안철새박물관

가거도는 목포에서 직선으로 140㎞, 중국 양쯔강 하구에서 400㎞ 거리에 있다. 봄, 가을 이동시기에 한반도를 통과하는 철새들은 월동지인 동남아시아와 번식지인 시베리아 등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가거도를 중간기착지로 활용한다. 매년 봄가을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가거도는 봄철 바다를 건너와 다음 이동을 위한 휴식처이며 가을철에 장거리 이동을 위한 에너지 보충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다.

●철새·텃새 살아가는 '새들의 천국'

조류는 철새와 텃새로 구분된다. 텃새는 한반에서 일년 내내 머물며 관찰되는 종이다. 철새는 크게 여름철새와 겨울철새, 나그네새, 길잃은새로 나눌 수 있다. 여름철새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겨울을 지내고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하는 새다. 겨울철새는 시베리아 등 고위도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에 방문한다. 반면 나그네새는 시베리아 등에서 번식하고 동남아시아, 호주 등에서 월동하는 새들로 봄, 가을에 잠시 관찰되는 새들로 대부분 서남해안의 외딴섬을 통과한다. 길잃은새는 태풍과 같은 기상변화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그 종이 찾아오지 않는 곳에 돌연히 나타나는 새들이다.

철새들이 번식을 위해 북상하는 이동시기인 4-5월과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시기인 9-10월이 되면 가거도 전역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이름 모를 작은 철새들이 모여든다. 그런 철새들을 보고 촬영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탐조인들이 가거도를 찾는다.

국내 기록된 580종의 조류 중 400여 종이 가거도에서 확인됐다. 가거도가 국내 최대 철새 천국임을 증명한 셈이다. 특별하게 기록된 미기록종도 많다. 이전까지 국내에 기록이 없던 종으로 가거도에서 국내 처음으로 확인된 종은 검은머리멧새, 회색머리멧새, 노랑멧새, 파랑딱새, 사막딱새 등이 있다. 전국의 탐조인들은 내륙에서 보기 어려운 희귀종과 국내에 기록되지 않은 미기록종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기 위해 가거도를 찾는다.

●매·칼새·섬개개비, 가거도서 번식

미기록종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기후변화로 인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종이 서식지가 확대되어 나타나는 경우다. 두 번째는 길잃은새로 알 수 없는 이유로 뜬금없이 나타나는 경우다. 기후변화로 세력권이 확산되는 경우에는 처음으로 기록된 이후에 다른 지역에서도 정기적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많고 관찰빈도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종이 '검은이마직박구리'다. 반대로 길잃은새로 나타나는 종은 그 해만 보이고 이후에는 관찰되지 않거나 관찰되더라도 매우 희귀하게 확인된다.

가거도를 중간기착지가 아닌 번식지로 이용하는 새들도 있다. 매, 칼새, 섬개개비 등이 있다. 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데 보통 300㎞/h의 속력으로 비행하며 최대 약 400㎞/h 까지 가능하다. 해안이나 외딴섬에서 번식하는 대표적인 맹금류로 최상위 포식자다. 칼새는 여름철새로 몸길이 20㎝이며 외형은 제비와 비슷하나 흰색의 허리가 특징적이다. 주로 해안, 섬 등에서 관찰되며 수직 절벽의 좁은 바위틈에서 번식한다. 칼새는 발이 없는 새, 평생 나는새로 알려져 있으며 번식기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 육지에 내려 앉는데 200일동안 쉬지 않고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개개비 또한 여름철새이며 한국, 러시아, 일본, 중국 해안 또는 섬 등 매우 제한적인 지역에서 번식하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삐찌-삐찌, 쪼로로로로"하는 지저귐 소리가 경쾌하다.

가거도 본도가 이동 철새 정거장이라면 가거도에 딸린 구굴도, 소구굴도, 개린도 등 외딴 섬은 바닷새의 번식지로 중요한 지역이다. 바닷새는 번식기를 제외하고 바다에서 생활하는 종이다. 바닷새는 전 세계적으로 350종, 우리나라에 38종이 서식한다. 잘 알려진 갈매기 종류도 있지만 생소한 이름인 슴새, 바다제비, 바다쇠오리 등도 있다.

뿔쇠오리

● 신안 구굴도, 바닷새 집단 번식지

바닷새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에서 집단번식한다. 국내에는 신안군의 구굴도, 제주시의 사수도, 통영시의 홍도, 울릉군의 독도 등 10여 곳이 알려져 있다. 그 중 가거도에 딸린 구굴도는 국내 최대 바닷새 번식지로 바다제비, 바다쇠오리, 뿔쇠오리, 슴새 4종이 번식하는 지역이다.

바다제비는 국내 6개 번식지 중 신안에 4개 섬에서 번식하고 전 세계 개체군 50%가 넘은 6만쌍 이상이 신안 구굴도에서 번식할 정도로 구굴도의 생태적인 가치가 높다. 한국과 일본에서만 번식하며 전 세계적으로 1만 개체 이하로 서식하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가 500여쌍이 번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신안군의 철새와 서식지에 대한 생태적인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15년 인근 흑산도에 철새박물관을 개관, 다양한 정보를 홍보하고 있다. 철새박물관은 가거도 생태 가치 뿐 아니라 국제적인 조류서식지로서 중요성, 철새보전 및 연구 활동 등과 가거도 홍도, 흑산도를 포함한 신안군 일대에서 수거된 다양한 조류의 표본을 관람할 수 있다.

검은머리방울새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