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강진서 만나는 '영랑과 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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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강진서 만나는 '영랑과 다산'
영랑생가 모란꽃 활짝 ‘향기 굿’ ||생가 뒤쪽 ‘세계 모란공원’ 볼만 ||다산 유배, 머물던 사의재 추천 ||남미륵사 봄꽃 터널 ‘힐링 최적’
  • 입력 : 2022. 04.28(목) 17:49
  • 강진=김윤복 기자

강진 남미륵사 전경.

2년 1개월의 멈춤과 비대면의 코로나 상황이 일단락되며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가운데,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의 주요 관광지가 주목받고 있다.

강진의 관광지는 영랑권역과 다산권역, 청자권역, 달빛권역, 하멜권역 등 5곳으로 나눠진다. 영랑권은 강진읍내를 끼고 있어 관광지들을 돌아보기가 수월하다. 시내권역 대표 관광지는 모란이 한창 피어오른 영랑생가(국가지정 중요민속 문화재 제252호)이다. 관광객 백이면 백, 일단 모란부터 찍는 모습에 '모란이 피기까지'의 주인공인 모란의 자태가 제법 도도하다.

영랑생가 모란꽃

●모란꽃 향기 없다구요? 향기 좋아요

모란을 처음 보는 관광객들은 꽃의 크기에 놀라고 향기를 느낀다. 모란은 향기가 없다고 잘못 알려진 속설이 퍼진 까닭이다.

영랑생가는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를 1985년 강진군에서 매입해 보존·관리하고 있으며 군청과 관광안내소 근처에 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평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한다.

한국의 대표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소재가 된 영랑생가 앞마당 모란은 물론 동백나무와 샘, 장독대, 생가 뒤꼍으로 병정처럼 한옥을 지키는 키 큰 대나무밭까지 그대로다. 방문을 열면 영랑의 초상화가 반긴다. 일제 강점기 단 한 줄도 친일문장을 쓰지 않은 민족시인의 위엄을 돌아보게 한다.

생가 뒤쪽으로 난 좁은 계단을 오르면 '세계모란공원'으로 이어진다. 세계모란공원은 영랑의 문학적 감성과 보은산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생태문학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규모는 작지만 세계의 모란을 돌아볼 수 있는 유리온실이 있고 작은 폭포와 영랑의 전신상이 있어 기념 촬영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영랑의 시가 길 위로 퍼져나가는 듯 철을 맞은 모란은 길 따라 피어나고 야간에는 세계모란공원의 아름다움이 낮과는 다른 모습으로 반짝인다.

영랑공원 끝에서 지역민의 명소로 꼽히는 임도로 가는 길이 시작된다. 1999년 조성된 임도는 충혼탑 위에서 시작되어 금곡사까지 총 2.59㎞ 구간으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호젓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영랑공원에서 충혼탑까지 거리는 200m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임도에는 간단한 운동기구가 비치된 쉼터가 3곳이 있으며 경사가 없고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즐비해, 멀리 보은산자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솔향, 편백향을 잔뜩 머금은 피톤치드 폭탄이 머리에 쏟아진다.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명소, 강진 영랑생가에 온다면 '임도'는 꼭 한번 걸어볼 만하다.

영랑생가와 군청 사이 시문학파기념관이 있다. 시문학파는 1930년대 순수시 운동을 벌인 문학 동인회 명칭으로 영랑 김윤식을 포함한 용아 박용철, 정지용, 위당 정인보, 연포 이하윤, 수주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보 등 아홉 시인의 육필과 유품, 저서, 1920~50년대의 희귀도서가 전시되어 있다.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하며 1월 1일과 설날, 추석날 당일은 휴무다.

강진 사의재

●다산 유배 와 머물던 사의재 '뭉클'

영랑권역에서는 영랑생가와 함께 다산이 강진에 유배를 와서 처음 머물렀던 사의재도 빼놓을 수 없다. 영랑생가 앞 조성된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걷는 것을 추천한다. 영랑생가에서 사의재(四宜齋)까지는 655m로 걸어서 10분이면 족하다. 사의재는 뒤편에 사의재 한옥체험관이 조성돼 있어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사의재는 강진군에서 운영하며, 강진군청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다.

사의재는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최초로 머물렀던 주막집으로 4년간 이곳에서 묵으며 학문을 수양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사의재는 '네 가지 마땅히 뜻을 이뤄야 하는 방'이라는 뜻으로 '용모, 말씨, 성품, 행동'을 가리킨다.

사의재에는 주막이 운영 중으로 입구에는 백등나무꽃이 만개해 들어서는 순간 현기증이 날 정도의 짙은 꽃향기가 코끝을 찌른다. 꽃그늘에 숨은 벌들이 웅웅대며, 봄의 한가운데에서 노동 중이다.

주막 안에 들어서면 다산이 처음 마을에 도착했을 때 역적이 왔다며 마을 사람들이 홀대했던 그를 유일하게 반겨 맞으며 먹을 것과 쉴 곳을 내주었다는 주막집 모녀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061-433-3223). 다산이 즐겨 먹었다는 아욱국과 바지락전을 '다산 정식'이라는 메뉴로 판매 중이다. 2인 기본 상(2만6000원)으로 12시부터 7시까지 운영된다. 봄철 간재미찜(4만원)과 바지막 초무침(5만원)을 맛볼 수 있다.

강진 조만간 공연

●사의재 저잣거리 '조만간 프로젝트' 눈길

지난16일부터 주말 사의재 저잣거리에서 퍼포먼스와 마당극이 펼쳐진다. 이름하여 '조만간(조선을 만난 시간) 프로젝트'다.

강진 조만간 공연 특징은 지역주민들이 배우로 참여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로, 지역민 스스로가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관광 명소를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이 크다.

마당극 속 배우들은 학생에서 주부, 회사원, 건설업, 농업, 프리랜서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강진군민들로 이뤄졌으며 자발적 지원과 심사를 통해 선발됐다. 강진의 인물과 역사, 교육과 문화 관광을 재미와 해학에 담아 마당극을 통한 교훈을 전달한다. 강진청자를 지키기 위한 민초들의 익살맞은 연기에 배우와 객석은 금세 하나가 된다.

조만간 프로젝트는 2019년 처음 시작된 이후 관광객이 폭증하며 관광객 모객의 저력을 과시했고 야간 공연을 통해 사의재 한옥 체험과 숙박객도 증가하며 수익도 높아졌다.

강진 남미륵사 전경.

●대한민국 3대 관광지 '남미륵사' 아시나요

사의재까지 둘러봤으면 2021년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 3대 관광지로 선정한 남미륵사로 달려본다. 11㎞ 거리다. 남미륵사는 4월 셋째 주, 서부해당화와 철쭉이 절정을 이루며 주말이면 차량 통행이 밀릴 만큼 인기가 많다.

남미륵사는 동양 최대 규모의 36m 활동 아미타불 불상이 있으며 일주문에서 경내에 이르는 길에 500나한상이 자리잡고 있다. 오전 8시30분 개장, 오후 4시30분 폐장한다. 시간을 못 맞추면 낭패다. 서부 해당화는 지고 철쭉인 만개한 사찰은 뒷사람을 따라 꽃터널 천지로 굽이굽이 돌다 보면 곳곳에 숨바꼭질 놀이하듯 숨어있는 나한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천만그루의 철쭉과 50만 그루의 서부 해당화, 100여 점의 분재가 곳곳에 전시되어 있어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수목원 속에 사찰을 찾아가는 봄꽃 풍경이 감미롭다.

1980년 법흥스님이 40년 동안 불사를 중창하고 꽃과 나무로 사찰을 가꾸어 현재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경관을 갖게 됐다고 전해진다. 사찰 구석구석 법흥스님이 직접 지은 싯귀절도 볼 수 있다. 12지신상에는 물이 흘러나오며 저마다 염원을 담은 1000원, 5000천원 지폐들이 소박하게 놓여져 있다.

각종 인스타와 개인 SNS에 입소문이 나며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남미륵사 꽃천지길은 4월이 지나면 연초록으로 옷을 갈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입장료는 무료다.

강진=김윤복 기자 yunb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