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종류별 분리배출 시범 시행 정착까진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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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종이팩 종류별 분리배출 시범 시행 정착까진 먼 길
환경부, 지난1월부터 시범운영||홍보 부족으로 시민들 미인식||아파트 자치회 직접 분리작업||"업체 확충·직접 수거 도입을"
  • 입력 : 2022. 04.25(월) 11:29
  • 조진용 기자

환경부가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진행중이다. 의무화가 아닌 탓에 완전히 정착화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분리 배출장 곳곳에는 홍보 부족으로 종이팩이 다른 폐지류와 뒤엉켜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파트 자치회가 나서서 종이팩을 분리하는 수고로움까지 더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말부터 멸균팩과 살균팩을 구분해 배출하도록 의무화할지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의무화하기에 앞서 종이팩 재활용업체 확충과 생산업체가 직접 수거하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한다고 조언했다.

●"종이팩도 이젠 구분해서 버리라고요?"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 분리배출장에 설치된 종이팩 분리배출함에는 각종 잔여 내용물이 남아있었다.

환경부가 올해 1월부터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시범사업은 종이팩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행군 뒤 건조 후 종이팩 분리배출함에 배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배출함이 없을 시 다른 폐지류와 섞이지 않도록 끈 등으로 묶어 종이류 수거함에 배출해야 하지만 미흡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 24일 서구 치평동의 한 다세대 주택 분리 배출장.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함 한쪽에 비닐봉지로 설치된 종이팩 분리배출함이 마련돼 있다. 배출함 내부를 살펴보니 우유와 두유 등 여러 종류의 종이팩들이 뒤섞여 배출돼 있었고 각종 잔여 내용물이 남아 있어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남구 노대동의 한 다세대 주택 분리 배출장도 역시 마찬가지. 폐지를 배출하는 공간에 종이팩들이 함께 버려져 있었다. 경비원이 직접 폐지와 뒤섞여 있는 종이팩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시민들은 종이팩 분리 배출제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눈치였다. 종이팩 분리 배출제에 대한 홍보가 아쉬운 대목이다.

신정빈(29·치평동)씨는 "투명 페트병과 유색페트병을 구분해 배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종이팩도 분리배출을 해야 되는지 몰랐다"며 "종이팩이 멸균팩과 살균팩으로 나뉘어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종이팩과 일반 팩 구분법과 배출방법 등을 안내하는 홍보가 우선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종이팩은 살균팩과 멸균팩으로 구분된다. 살균팩은 우유갑(우유팩) 형태로 윗부분이 지붕 형태인 게 특징이다. 살균팩은 내부에 알루미늄 코팅이 돼 있어 빛과 산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보존기간이 길고 상온 유통이 가능해 두유, 주스, 소주와 같은 멸균 제품을 담는데 쓰인다.

남구 노대동의 한 아파트 분리배출장 . 폐지를 배출하는 공간에 종이팩들이 함께 버려져 있다.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시작한 데는 장기적인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멸균팩 사용이 증가했는데 재활용률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종이팩 재활용량과 재활용률(%)을 살펴보면 2016년(1만7695톤·25.7%), 2017년(1만5859톤·22.5%), 2018년(1만5773톤·22.3%), 2019년(1만3994톤·19.9%), 2020년 1만509톤·15.8%)로 지속 감소했다.

종이팩은 화장지의 주된 원료로 사용되는데 멸균팩과 살균팩을 휴지로 재활용시키는 과정에서 멸균팩이 물에 분해되는 속도가 달라 재활용률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덩달아 화장지를 만들기 위해 수입산 원단을 사용하는 비율도 2018년 9.9%에서 2020년 16.5%로 높아졌다.

● 종이팩 재활용률 높이자 시민들 합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종이팩 재활용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북구 운암동 벽산블루밍 아파트 1단지 마을여성회(회장 양정훈)는 단지 내에 5개의 종이팩 분리배출 수거함을 지난해부터 설치했다.

북구 운암동 벽산블루밍 아파트 1단지 마을여성회(회장 양정훈) 80명의 회원들이 종이팩 분리수거함에 쌓인 종이팩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궈 건조한 뒤 북구 재활용선별장에 보내고 있다.

80명의 회원들이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종이팩 분리수거함에 쌓인 종이팩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궈 건조한 뒤 북구 재활용 선별장에 보내고 있다.

양 회장은 "종이팩도 분리 배출제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단 사실을 주민들에게 인식시켜주고 싶어 회원들과 함께 분리하고 있다"며 "종이팩을 분리배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주민들이 종이팩만 따로 가져올 경우 북구 재활용 선별장에서 교환받은 화장지를 지급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로 지난해 11월 기준 총 110㎏, 올해의 경우 4월까지 총 195㎏의 종이팩이 분리배출됐다.

여성회는 늘어난 종이팩 분리 배출량에 안주하지 않고 종이팩 분리 배출제를 인근 마을 전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양 회장은 "벽산블루밍 아파트 1단지에서 시작된 종이팩 분리배출 운영방식을 인근 운암 2·3동과 동림동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게 목표다"며 "종이팩 분리배출 외에도 매월 1회 22일 전가구 소등 캠페인과 동별 에너지 사용료를 부착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운동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종이팩 명확한 분리 체계 구축을

환경부는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통해 올해 말 멸균팩과 살균팩으로 구분 지어 배출하도록 의무화할지 검토 중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의무화하기 전 충분한 시스템·체계 구축 마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승희 녹색소비자연대 소장은 "광주에 종이팩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멸균팩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재생업체는 없고 강원도와 세종시에 각 1곳 씩 있는게 전부다"며 "사회적 기업형태로 멸균팩 재활용 업체부터 확충한 뒤 멸균팩과 살균팩으로 나눠 배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고 말했다.

제품 생산업체가 직접 수거하는 방안도 시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올바른 자원순환은 제품 생산→소비→폐기가 완벽히 이뤄졌을 때를 뜻한다. 학교, 관공서, 군대 등 단체급식에 공급되는 제품을 생산업체가 직접 수거해가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사진 = 조진용 기자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