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59-1> "쪽잠에 배달로 버틴 2년…이젠 희망 가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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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59-1> "쪽잠에 배달로 버틴 2년…이젠 희망 가져야죠"
■30대 자영업자의 거리두기 2년 ||2018년 전남대 인근 일식주점 개업||‘비대면 강의’에 직격탄…배달로 생계||손실지원금도 못 받고…고통의 나날||"이전처럼 장사 할 수 있다는 기대감”
  • 입력 : 2022. 04.17(일) 17:45
  • 곽지혜 기자
지난 14일 점심 무렵 광주 동구의 한 24시간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길고도 긴 터널 같은 시간이었다. 신혼의 단꿈도 미뤄야 했고, 가게에서 쪽잠을 자며 하루 14시간씩 일에 매달리며 살아왔다. 자영업자 김섭(34)씨가 견뎌야 했던, 견뎌냈던 지난 2년의 세월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년의 시간이기도 하다.

김섭 씨가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인근에서 조그만 일식 주점 운영에 나선 것은 지난 2018년이다. 평탄했던 그에게 개업 2년 뒤 큰 시련이 닥쳤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다. 처음에는 이렇게 길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처음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는 방학이기도 했고, 개강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죠. 그런데 코로나19로 대학이 '비대면 강의'를 시행했고, 그게 직격탄이었어요." 김씨가 잠시 한숨을 내 쉰다.

이후 사적 모임 금지 등의 더욱 강력해진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대학이 개강해도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사람들은 술자리보다 집에 있기를 선택했다. 매출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공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그는 '궁여지책'을 택해야 했다. '먹고 살기 위한' 배달장사였다.

김씨는 "기존에도 배달을 하기는 했지만, 홀 손님이 줄어든 만큼 메뉴도 배달에 맞게 바꿔보고 가격도 조정하는 등 배달 비중을 높였다"며 "그전에는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홀에서 손님을 받았는데 배달을 위해 새벽 5시, 6시까지 마감을 늘려야 했다"고 했다.

그럭저럭 배달 주문은 이어졌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배달 대행료에 용깃값 등으로 '홀 장사' 때보다 수익은 절반 수준이었다. 김씨는 "손실보상지원금도 매출이 떨어졌느냐를 기준으로 해서 받지 못했다"면서 "가게에서 거의 날을 새가며 배달로 매출을 유지한 건데 허무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희망 고문'도 지난 2년 그를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다. 길게는 한 달, 짧게는 2주 만에 수시로 바뀌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때문이다. '조금만 참으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로 그렇게 버텨온 시간이 2년이 훌쩍 넘었다.

김씨는 "오후 9시, 10시, 11시, 12시까지 적응될 만하면 계속 바뀌는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손님이 없다고 해서 재료 준비를 안 할 수도 없고, 연어 등 신선 식품은 사용하지도 못하고 폐기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과 '나만 힘든 건 아니다'는 위안 때문이었다. 김씨는 "코로나 때문에 인근 자영업자분들과 모임도 만들어졌는데 서로 새로운 시도를 공유하고 또 위로도 하면서 그렇게 버텼던 것 같다"고 했다.

다시 희망이 생겼다. 지난 2년 그를 힘들게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 등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코로나 상황에 적응된 사람들이 다시 예전처럼 활동하기 위해선 적어도 한 두 달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곧 이전처럼 장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든다"고 했다.

소망도 잊지 않는다. 그는 "저처럼 버텨낸 많은 자영업자들과 결국은 다른 일을 선택하신 분들도 모두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