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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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 입력 : 2022. 04.19(화) 12:46
  • 김혜인 기자
노란 봄이 왔다. 개나리가 만개한 꽃밭이 아닌, 아직 매듭짓지 못한 리본이 휘날리는 봄이다.

2014년 4월 16일, 당시 20살이었던 기자는 대학 기숙사에서 세월호 참사 뉴스를 처음 접했다. 이후 시간 시간 속보가 쏟아질 때마다 한없는 안타까움과 함께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불과 두 살 아래 의 동생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공포에 떨며 죽어간 사실에 가슴이 저려왔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사회 곳곳에서 탄식과 자책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못난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잊지 않을게

이제 갓 성인이 된 기자도 당시 못난어른 이 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어느 날 세월호 참사 추모 엽서가 가득한 광주 농성역 게시판을 본 순간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게시판에 걸린 빛바랜 엽서가 세월의 흔적을 대변했다. 참사 당시 단 한 명이라도 구조되길 바라며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꼭 생존자가 있길 이라는 간절한 메시지가 가득했다. 또 다른 엽서에는 이런 가슴아픈 인재는 다시는 이땅에 일어나지 않길 빌며… 라고 적혀 있었다.

엽서를 본 순간 기자는 그 때의 다짐을 떠올리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책감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밀려 들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이가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방문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이 결

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를 방관한 박근혜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 국민들은 그에게 성역없는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대통령 임기가 곧 끝나가는 가운데 진상규명과 처벌은 얼마나 진척됐을까.

4·16단체 측은 전반적으로 아쉽다는 평가이다. 물론 생명안전공원이나 안산건강마음센터 등 추모 및 피해 회복 그리고 안전사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이뤄진 바가 없

었다. 특히 문재인 정권에서만 선체조사위원회 등 3개의 조사기구가 출범했지만 해경지휘부를 비롯한 주요 정부 관계자들에게 구조방기 혐의 등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억울한 죽음으로 파도에 휩쓸려간 영령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완수되기전까지 아직도 차디 찬 새벽바다에 머물러 있다. 어두운 진실을 밝혀가는 이 새벽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래로 인식되진 않았지만 시민들이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부르는 추모곡 가운데 아이유의 이름에게 라는 곡이 있다.



끝없이 길었던 짙고 어두운 밤 사이로 / 조용히 사라진 니 소원을 알아 / 오래 기다릴게 반드시 너를 찾을게 / 보이지 않도록 멀어도 /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아! 언제나 새벽이 밝아 올 것인가.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