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평등은 출발선에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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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교육의 평등은 출발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양가람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2. 04.03(일) 15:53
  • 양가람 기자
양가람 사회부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전부터 내놓은 교육 공약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다. 자사고·특목고 유지, 정시모집 확대(수시 축소) 등 주요 공약에는 '부모 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라는 명분이 붙었다. 예민한 사회 키워드였던 '공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성적만으로 교육의 평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겼다.

문제는 현 정부에서 추진해 온 교육 정책과 궤가 달라, 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준비 중인 교육청 입장에선 '학생 선택권 강화'라는 제도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질까 염려되는 상황이다.

고교학점제에서 학생들은 원하는 교과를 직접 선택해 수업을 듣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한다.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해 교육 다양성을 보장하고, 교육 과정 안에서 진로를 고민할 수 있게 하는 '튼튼한 공교육'을 위한 제도다.

하지만 정시가 확대된다면 고교학점제가 유지되더라도 학생들이 수능에 도움되는 특정 과목들만 들으려 할 것이고, 학교는 다시 입시경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은 '줄 세우기'식 교육이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현장에선 '특권 계층을 위한, 갈등 유발성 반(反)교육적 공약'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자사고·특목고의 유지는 고교 서열화를 공고히 하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교육 불평등을 유발한다. 현 정부는 지난 2019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립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2025년까지 이들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대통령령인 탓에 윤 정부가 조항을 되살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진학이 부모의 소득과 연관이 깊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좋은 수저를 쥔 이들'의 진학 경쟁은 사교육 시장을 더욱 과열시킬 것이다.

평생을 불평등 문제 연구에 바친 앤서니 앳킨슨('불평등을 넘어-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의 저자)은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은 본질적으로 모두가 같은 출발점에 서야 한다는 사전적인 개념인 반면 많은 재분배 활동은 사후적 결과에 따른 것이다. 오늘 사후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내일 경기의 사전적인 조건이 된다. 내일의 기회의 불평등을 걱정한다면 오늘의 결과의 불평등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31조 1항에 명시된 교육의 가치는 출발선(교육 기회의 평등)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학업 성적만으로 교육의 성취도를 판단하는 것은 폭력이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야 말로 '교육 결과의 평등'이며, '공정 교육'의 완성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