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돌고래' 한국 토종 상괭이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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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웃는 돌고래' 한국 토종 상괭이가 죽어간다
올해 들어 여수서만 24마리 폐사||먹이 쫓다가 그물서 못 빠져나와||탈출장치 개발 불구 설치율 저조||“보호구역 확대·관련법 제정 시급”
  • 입력 : 2022. 03.15(화) 18:30
  • 조진용 기자
미소 짓는 듯한 친근한 모습에 '웃는 돌고래'로 불리는 한국 토종 상괭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여수 등 서남해안 인근에서 잇따라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는 등 개체수가 크게 줄고 있어서다. 그물에 걸린 상괭이가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장치 설치 의무화와 보호구역 확대 지정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여수시와 상괭이 보호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여수시 돌산읍 작금등대 앞 해안에서 죽은 상괭이가 발견되는 등 올들어 여수 해안가와 해상 등지에서 총 24마리의 상괭이 사체가 발견됐다. 최근 3년 간 남해안 일대에서만 130마리의 상괭이가 폐사했다. 폐사가 늘면서 서·남해안에 서식 중인 상괭이는 지난 2001년 6만221마리에서 2016년 1만7000여마리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조업용 안강망 그물 사용 증가를 상괭이 폐사의 주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강망은 입구가 넓은 대형 그물로 상괭이가 먹이를 쫓아 이동하다, 그물로 인식하지 못하고 들어갔다가 폐사에 이르게 한다.

박근호 해양환경 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은 "상괭이는 고래류 중 몸길이가 가장 작아 고기잡이 자루형 그물인 안강망에 걸리기 쉽다. 안강망의 특징은 입구가 넓고 깊숙이 들어갈수록 좁아져 상괭이가 먹이를 쫓아 그물에 깊숙이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강망 그물에 혼획되는 상괭이를 줄이기 위해 탈출장치인 '해양포유류 혼획저감장치'가 개발됐지만 보급율은 높지 않다. 이 장치는 어구에 들어온 상괭이를 탈출구로 이끄는 유도망과 상괭이가 빠져나가는 통로인 탈출구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전국 안강망 어선 600여 척 중 10% 가량인 60여 척에 보급됐지만 어획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어민들이 탈출장치 설치를 꺼리는 실정이다.

서한선 여수시 남면 횡간리 이장은 "멸치, 아귀 조업 시 조류가 강할 때 상괭이가 주로 목격된다"며 "탈출장치는 그물에 들어온 상괭이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든 통로인데 애써 잡은 물고기까지 함께 빠져나갈 수 있어 어민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안강망 어선에 탈출장치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조항도 아니어서 설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생물 보호단체와 해양 포유류 관련 전문가들은 실태조사를 통한 상괭이 보호구역 확대 지정과 상괭이 탈출장치 설치 의무화 등 보호법안 제정이 필요한다는 입장이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상괭이 탈출장치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어획량 손실을 우려한 어부들이 설치를 꺼리고 있다. 정부가 어획 손실에 대한 보상금 지급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현재 상괭이 보호구역은 경남 고성군 해역 1곳 뿐이다. 고성군은 이곳을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성군처럼 전남지역 내 상괭이 보호구역 지정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상괭이=쇠돌고래과에 속하는 종으로 길이는 최대 2m, 회백색을 띠며 둥근 머리와 작은 눈, 등과 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허가 없이 잡거나 유통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