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괭이 폐사' 잇따라…그물 탈출장치 의무화 시급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환경복지
'상괭이 폐사' 잇따라…그물 탈출장치 의무화 시급
여수지역 상괭이 사체 발생률 높아||‘안강망’ 어업 따른 혼획이 주 원인||어민들 '혼획 저감 어구' 설치 외면||“손실보상금 지급·보호구역 확대를”
  • 입력 : 2022. 03.15(화) 18:00
  • 조진용 기자

지난 1월16일 여수시 돌산 금천마을 금봉리 해안가 주변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해양환경 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제공

'웃는 얼굴'로 널리 알려진 토종 상괭이의 미소를 계속 볼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에만 여수해역에서 24마리의 상괭이가 사체로 발견됐다. 상괭이 폐사가 늘어난 데는 안강망 그물을 사용한 혼획이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 상괭이 보호구역 확대 지정과 어구에 상괭이 탈출장치 의무화가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올 들어 여수서 상괭이 24마리 폐사

올 들어 여수해역을 중심으로 상괭이 폐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상괭이는 올해 여수해역에서만 24마리가 폐사된 채로 발견됐다. 이는 지난 한해 폐사한 66마리와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난 수치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발견된 상괭이 사체 수와 지역을 살펴보면 △2019년 25마리(고흥군 3마리, 여수시 18마리, 완도군 2마리, 장흥군 1마리, 해남군 1마리) △2020년 45마리(고흥군 4마리, 보성군 1마리, 신안군 2마리, 여수시 24마리, 영광군 3마리, 완도군 7마리, 장흥군 2마리, 해남군 2마리) △2021년 14마리(신안군 2마리, 여수시 10마리, 영광군 1마리, 해남군 1마리)로 확인됐다.

지난 3년 간 상괭이 사체가 여수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 점에서 여수해역은 상괭이의 주요 서식지인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고래연구센터를 통해 신고·확인된 3개년 수치상 여수지역에서 상괭이 사체 발생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는 개체수 분포 수치와 비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배 프로펠러(스크루)로 인한 부상, 자연사, 질병 등 다양한 인과 관계성을 확인하는 추가연구를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는 상괭이 보호를 위해 집중 출몰지역 인근 섬과 항구, 둘레길 등에 신고를 당부하는 안내판 20개를 설치했다. 해양환경 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제공

● '상괭이 탈출장치' 보급률 저조

상괭이 관련 보호 활동가들은 상괭이 폐사 증가의 원인으로 안강망 그물을 사용한 '혼획'을 지목하고 있다. 안강망은 입구가 넓은 반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지는 특성 탓에 먹이를 쫓아온 상괭이가 그물 깊숙이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것이다.

실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년~2021년) 전국에서 신고된 상괭이 폐사체에 대한 조사 결과 어업활동에 의한 혼획이 84%를 차지했다. 전남의 경우 혼획에 의한 상괭이 폐사 39%, 좌초 25%, 표류 25%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강망 그물에 의한 혼획으로부터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괭이 탈출장치'가 주목받고 있다.

상괭이가 별도로 탈출할 수 있도록 개발된 탈출장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상괭이가 안강망 그물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 역할을 하는 그물코 규격이 300㎜~370㎜인 것을 밝혀내고 상괭이 탈출장치인 '해양 포유류 혼획 저감 어구'를 개발했다.

상괭이 탈출장치는 안강망 어구 내부로 들어간 물고기를 쫓아 상괭이가 따라 들어가게 될 경우, 상괭이는 어구 유입부에 설치된 유도망을 따라 탈출하고 물고기는 유도망을 통과해 안강망 어구 내부에 남게 되는 원리다. 상괭이만 따로 나갈 수 있도록 별도의 통로(구멍)가 만들어진 셈이다.

전남도는 해수부로부터 해양 포유류 혼획 저감 어구 보급 사업을 이관받아 목포시, 영광군, 신안군 등에서 희망하는 어선 88척에 상괭이 탈출장치를 설치했다.

그러나 상괭이 탈출장치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고 어획량 손실을 우려한 상당수 어민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박근호 해양환경 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은 "상괭이 탈출장치가 개발·보급됨으로써 혼획으로부터 상괭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됐으나 일부 어민들이 '애써 잡은 물고기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며 설치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업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상괭이가 그물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피할 수 있도록 LED 등 설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어선 그물에 10m 간격으로 LED 등을 설치해 빛에 민감한 돌고래류들이 그물을 피해 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박사는 "지중해에서는 그물에 LED 등을 달아 돌고래류 혼획을 저감 시킨 사례가 있다"며 "이 방법을 사용한 결과 일반 어획량은 줄지 않고 상괭이처럼 작은 돌고래류 혼획률은 70% 가까이 줄었다고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 "상괭이 보호법안 제정 서둘러야"

동물보호단체는 상괭이 보호 활동에 적극 나서는 한편 실태조사를 통한 상괭이 보호구역 확대 지정, 상괭이 탈출장치 설치 의무화 등 보호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해양환경 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는 상괭이 출몰지역인 금오도·하회도·백야도 등 섬, 돌산 신기항·금오도 어천항·백야항 등 항구, 관광객 왕래가 잦은 둘레길인 돌산 갯갓길·화태 갯갓길·하화도 갯갓길 등에 상괭이 발견 시 신고를 당부하는 안내표지판 20개를 설치했다.

여수구조대는 안내표지판 설치와 함께 50명의 인원을 5인 1개조로 편성, 드론을 활용해 연중 상괭이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근호 대장은 "상괭이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상괭이 폐사의 원인으로 혼획, 좌초, 표류 외 다른 이유가 있는지 등도 부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상괭이 탈출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 마련과 함께 어획량 손실을 걱정하는 어민들을 위해 손실보상금 지급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