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Affairs D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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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Current Affairs Division
도선인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2. 03.10(목) 17:00
  • 도선인 기자
도선인 사회부 기자.
우리 회사 편집국에는 부서마다 명패가 달려있다. 친절하게 영어 표현까지 소개되어 있는데 대부분 직역된 표현이다.

전남취재본부는 Jeonnam News Division으로 한국의 발음을 살려 표현됐고 지면의 1, 2, 3면을 책임져 꽃이라 불리는 정치부는 Politics Division. 문체부도 말 그대로 Culture Sports Division. 경제부도 Economic Division. 사진부는 Photography Division….

그런데 내가 속한 사회부는 영어에 친숙하지 않은 내 단순한 직역에서 벗어나 있다. Current Affairs Division. 예컨대 나는 Social 따위의 표현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직역하자면, 현재의 사건 부서. 세련된 표현으로 '시사'를 다루는 부서라는 것이다.

영어공부를 하자는 말은 아니다. 최근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이미 다 끝난 이야기를 왜 또 하는 겁니까?"

사회부는 최근 1970~80년대 부랑아 수용시설인 목포 옛 동명원 인권침해 사건을 파헤쳤다. 과거 목포 옛 동명원에서는 제2의 부산 형제복지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유사한 행태의 피해가 자행됐지만, 놀라울 정도로 알려진 게 없다.

특히 이곳에 수용됐던 피해자들은 전남일보 취재를 통해 납치, 강제노역 가혹행위, 성폭행, 구타, 암매장까지 있었다고 증언함에 따라 정확한 사실 규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진실화해위원회 2기는 동명원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됨에 따라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Current Affairs Division'이 말하는 것처럼 현재의 사건이라 할 수 없다. 목포시 관계자 혹은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동명원 관계자들의 말처럼,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다. 현재에 와서 실체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40여 년 전의 일이 생생한 어제와 같다. 50대 중년에 이르러서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상세불명 인격장애를 겪고 참혹한 과거가 꿈속 무의식을 헤맨다. 누군가처럼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언론에서 'Current Affairs'라는 의미는 직역 그대로 '현재의 사건'이 아닌 그 당시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난 현재에 어떻게 끌어내고 다룰 것인가를 의미한다.

언론의 책무만이 아니다. 지자체의 "너무 오래전 일이라… 자료가 없다. 이슈화 된 실체가 없다"라는 답변은 무책임한 변명이다. 아직도 벗어날 수 없는 과거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피해자가 있다. 과거 당시에 일어난 국가폭력을 어떻게 현재화시키는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숙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