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투표권은 교실에서 꽃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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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청소년의 투표권은 교실에서 꽃핀다
양가람 사회부기자
  • 입력 : 2022. 03.01(화) 14:14
  • 양가람 기자
양가람 기자
"시민들이 자유를 향유하는 것은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해서 의원을 뽑는 시기에 한하며, 의원들이 선출되면 곧바로 인민은 이전과 같은 노예가 돼 버린다. 자유를 누리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시민이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면, 선거가 끝난 후에 그들이 자유를 상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루소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맹점을 이렇게 꼬집었다. 시민의 대표들이 당선 이후 자신을 뽑아준 이들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법안 발의나 정책결정을 할 수도 있는 탓이다. 그는 또 주권자인 시민들이 선거라는 짧은 자유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다시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고 봤다.

'민주주의 꽃'인 투표는 그간 '어른들'의 세계에서만 피었다. 청소년들은 오랜 시간과 논쟁을 거쳐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야 꽃(투표권)을 피울 수 있게 됐다.

선거법 개정으로 미성년인 고교생이 현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가 만 25세에서 18세로 낮아지고, 만 16세 이상이면 정당 가입이 가능해졌다. 오는 9일 대선에 광주 6600여명, 전남 4700여명의 고3 학생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법 때문에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이 제한되면서 교실 내 정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정치에 관한 질문을 던져도 교사들이 자기검열에 들어가 형식적인 수준의 답변밖에 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따로 배부되는 선거용 교육자료도, 모의 투표 기회도 제공받지 못한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물론 지역 교육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도 미디어나 SNS 등을 통해 단편적인 정보만 얻을 뿐이다.

최근까지 교칙('학교장 승인 없이 학생의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 금지')을 통해 학생의 정치적 활동 참여를 제한해 온 학교도 광주에 여럿 있었다.

선거법이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학생들이 정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학생들은 공부가 우선이지' 혹은 '정치에 대해 뭘 알아'라는 식으로 어른들은 청소년 참정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청소년 참정권이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 주체로서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또 청소년들에게 실질적 참정권이 보장되도록 제도와 의식의 변화가 모두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지난달 3일 진행된 '고등학교학생의회 청소년 참정권 집담회'에서 나온 한 청소년의 발언이다.

루소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졌던 제임스 매디슨은 '계몽된 인민의 이성이 만드는 여론'을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견제장치로 들었다. 그러면서 사람들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전제된 합리적 토론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계적인 선거교육과 후보·정책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뒤늦게 맺힌 청소년들의 꽃망울이 교실 안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때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