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개발 열풍지' 광주의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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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아파트 개발 열풍지' 광주의 참사
  • 입력 : 2022. 01.20(목) 17:28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아파트를 짓느라고 거대 공사장이 돼버린 광주에서 공사중 참사가 잇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새해 벽두인 이달 11일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서구 화정동에 신축중인 아파트 건물이 붕괴돼 노동자 1명이 숨진채 발견됐고,나머지 5명은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9일엔 광주 동구 학동 주택 재개발사업장에서 철거하던 5층 건물이 무너져 정차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두 참사 모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였다. 학동 참사는 아파트 지으려고 기존 건물을 철거하다가 사고가 났고 화정동 참사는 아파트를 건설중에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총체적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어처구니 없는 후진적 인재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두 참사의 1차적 책임이야 원청시공사인 현산에게 있는 것이지만 아파트 개발 열풍지인 광주의 현실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재개발·재건축 46건 외 44곳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광주 총주택중 아파트 비중은 66.8%로 전국 평균(53.0%)을 훌쩍 넘어섰고, 광역시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광주가 '회색 콘크리트 도시'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은 이유다. 전국에서 하루 1명 이상의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게 '선진 대한민국'의 현실임을 고려할 때 아파트를 짓는 현장이 많은 광주에서 노동자 희생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 천지인 상황에서 아파트 신축붐이 꺾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건설사,토지소유주, 지자체 등 관련 주체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건설업체는 물량이 과잉 공급된 시장에서도 개발 이익이 나기 때문이고 , 토지 소유주들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재개발을 위해 조합원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자체들은 대다수 주민들의 원하는데다 주거 개선과 인구 유입 및 유지 등 행정 효과와 지역 건설업체 참여로 인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해 고층 건축이 가능한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아파트 개발을 거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파트 건설 관련 감독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의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이번에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 대한 감독 기관의 점검이 수 차례 있었지만 안전과 관련해서는 단 한 건의 위반 사항도 적발하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해준다 . 재해 예방을 지도·감독하는 지방노동청과 자치구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100여개 달하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은 시늉내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현 시스템으로는 건설 현장의 안전 확보는 불가능하다. 광주시와 자치구는 아파트 신축 행정 수요가 늘어난만큼 조직과 인력을 확충했어야 그나마 아파트 건설에 따른 소음 및 분진, 지반 침하 등 주민의 민원에 적극 대응하고 노동자와 애먼 시민의 희생도 줄이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개발의 긍적인 면에 경도된 지자체들은 개발 부작용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광주 시민 단체와 시민들이 잇따른 참사를 유발한 현산 뿐만 아니라 광주시와 서구청 등 지자체를 질타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