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제안, 공사 현장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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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긴급 제안, 공사 현장 멈춤
  • 입력 : 2022. 01.18(화) 16:51
  • 이용규 기자
이용규 논설실장
새해들어서도 전국적으로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택 냉동 창고 화재 사고에 이어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 외벽 붕괴 사고와 다음날 울산 SK에너지 화재 사건 등등 하루 하루가 공포와 긴장의 시간들이다. 사고 8일째를 맞는 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는 할 말을 잃게한다. 어디서, 어떻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5명의 실종자가 묻혀있을 붕괴 잔해 더미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 입장에서는 위험스러운 현장이 야속하고 애처로울 뿐이다.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제도나 규정을 강화시키나 '법따로 현장따로'의 현실앞에서 허탈감이 든다. 속도와 비용 절감에 최고선을 두고 있는 전국의 건설 현장이 법과 관행 사이에서 줄타기하다 재수없이 사고가 터졌다는 건설 관계자들의 냉소에서 부실공화국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것같다. 화정동 사고의 경우 광주시 특정감사와 국토교통부와 검찰, 행정안전부 등 정부 합동조사에서 그동안 제기된 민원 처리를 비롯한 건설 현장을 둘러싼 불탈법의 전모가 규명되겠지만 작은 징후조차도 쉽게 넘기지 않았으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쉽기만 하다.

과연 우리에게 9·11 테러 때 모건스탠리의 기적을 만든 제2의 릭 레스콜라는 존재할 수 없을까? 베트남 참전 용사인 릭 레스콜라는 모건스탠리 보안 책임자로 부임후 자체 재난 대응 체계를 만들어 3개월마다 전직원이 참여하는 유사시 탈출 훈련을 실시했다. 110층 국제무역센터 내 모건스탠리 본사가 있는 73층에서 44층까지 걸어 내려가며 여러 곳의 통로를 알기 위한 목적이었다. 금융 회사 특성을 무시한 훈련 방식에 1분 1초에 수백만달러를 거래하는 직원들의 원성에도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8년뒤 9·11테러에서 이 훈련은 빛을 발했다. 당시 아수라장으로 혼비백산된 직원 2700명과 주식 강좌에 참석한 250명을 20분만에 일사불란하게 대피시킨 것이다. 사망자는 릭 레스는콜라를 포함해 불과 13명이었다. 릭 레스콜라의 활약이 없었다면 쌍둥이빌딩 테러 인명 피해(2973명)는 더 늘어났을 것은 불문가지다.

매번 사고때마다 법을 뜯어 고쳐 더 세게 만들지만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보내는 사전 경고, 사소한 전조 증상에 귀기울였으면 막을 수 있는 것인 데도 말이다. 법이 항상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그래도 오는 27일 시행될 중대재해법에 대한 개선과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정부,지자체 관급 공사에서도 공기 단축으로 예산을 절감했다고 자축하는 몰상식한 일도 없어져야 한다. 절대로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고, 안전에는 크고 작음이 없음을 명심하자. 다시 한번 외양간을 고치기 위해 광주지역 모든 건설 현장의 긴급 멈춤을 제안한다. 최소 3일간만이라도 현장의 모든 사항을 처음부터 점검, 시민 불안감 해소와 더불어 부지불식간에 닥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고, 실천이다.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