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산 회장 사퇴"… "책임 회피"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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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정몽규 "현산 회장 사퇴"… "책임 회피" 반발 확산
정 회장 “광주 사건 책임 통감”||비판 거세지자 광주 찾아 사죄||李시장 “사고 수습 전면 나서야”||전국 현산 시공사 해지 요구도
  • 입력 : 2022. 01.17(월) 17:38
  • 김해나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광주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와 관련, 정몽규 회장이 17일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때늦은 사과에 역풍이 일자 정 회장은 사고 현장을 전격 방문, 실종자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그의 '책임 회피성' 사과에 지역 내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서울 용산구 HDC현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건(광주 학동·화정동 참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시간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사과에도 지역 내 반발이 확산되자 정 회장은 이날 오후 4시40분께 사고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에게 사과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감정이 격해진 듯 "이 시간에 빨리 가서 찾아달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잇따른 사과에도 지역 내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피해자 가족 협의회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으라"고 밝혔다.

이들은 "상황을 해결하는 게 그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 고개만 몇 번 숙이는 건 '쇼'고 가식에 불과하다"며 "사과문에 사과 몇 마디로 이 상황에서 물러나고 다른 사람을 세우는 것은 국민 우롱이고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겠다는 의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러나는 것은 자유지만 책임지지 않고 가는 것은 면피다"며 "현산 측에서 가족들에 대한 생계 대책은 아예 없었다. 예기치 못한 수색 장기화로 대부분 가족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막막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광주 '학동 참사 시민대책위'는 "현산은 실종자 구조에는 관심이 없고 사고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에만 골몰해 있다"며 "정 회장은 경영 일선 '퇴진 쇼'까지 벌이고 있다. 사법처리로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 정치권도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정 회장 사퇴는 책임회피다"며 문제 해결 이후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7개월 만에 두 건의 참사를 일으킨 회사의 대표라면 사퇴가 아니라 실종자 수색과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며 "이번 사고로 완전히 폐쇄된 인근 상가와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는 반드시 현산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현산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대책본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사퇴 의사를 밝힌 정 회장이 '경영자로서 물러나지만, 대주주의 책임은 다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른바 '2선 후퇴'로, 여론이 잠잠해지는 것을 기다려 다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 책임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미루고 혼자만 줄행랑치겠다는 것인가"며 "정 회장은 현산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언제든지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형식적인 사퇴로 국민을 농락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사퇴가 능사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고 수습 전면에 나서 책임 있는 조치를 확실하게 이행하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사고 현장도 아닌 서울 본서에서의 사퇴 발표는 실망을 넘어 분노와 울분만 줄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회장에게 △실종자 구조에 모든 인·물적 자원 총동원할 것 △피해 가족·상인·주민에게 충분히 보상할 것 △사고 아파트를 비롯한 건설 중인 모든 아파트에 엄정한 안전진단을 통해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강구할 것 등을 요구했다.

현산의 잇따른 사고 여파는 아파트 재건축 수주 현장까지 영향을 줬다.

현산과 롯데건설이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산을 믿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최근 아파트 입구에 '안전한 아파트를 바라는 관양 현대 시니어 모임' 명의로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 테니 제발 떠나주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현재 현산은 서울, 경기, 대구 등 10여 곳 단지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