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김길용> 소방관의 사명감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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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김길용> 소방관의 사명감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김길용 전남도의원
  • 입력 : 2022. 01.17(월) 13:00
  • 편집에디터
김길용 전남도의원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일 경기도 평택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진화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3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번 소방관들의 비극은 지난해 6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반년 만에 재현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위험한 재난현장에는 어김없이 소방관들이 있다.

소방관은 각종 재난·구급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선진국일수록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고 존경받는 직업 1위가 소방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들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고 있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생업과 학업에 종사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

이들은 종종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위기에 처한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실제로 이 때문에 목숨을 잃는 소방관도 적지 않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420건의 소방관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재난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자그마치 49명에 이른다. 매년 평균 5명의 소방관이 현장에서 쓰러져간 것이다.

생사가 오가는 위급한 상황과 처참한 재난현장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소방관들의'외상후 스트레스 장애(RTSD)' 유병율은 일반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으며,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소방관의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2.5배나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소방청이 전국 소방공무원 5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음건강 조사 분석 결과, 응답자의 22.8%는 업무상 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수면장애를 호소했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응답자는 5.7%에 달했으며, 극단적 행동에 대한 생각 빈도가 높은 위험군도 4.4%나 됐다.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 인력과 장비 부족과 같은 외적인 요인에서만 그 원인을 찾았다. 물론 이 문제들은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중요한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슬픔을 통해 찾아야 하는 진정한 순직의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을 또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도의 압축 성장을 통해 급성장한 대한민국의 화려함 이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깊게 뿌리박힌 위험요인들은 모든 소방관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불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와 초기 대응 실패 논란이 있었던 제천화재 참사를 계기로 소방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보다 분명 더욱 냉정해졌다. 대국민 소방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은 소방관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현장에서의 냉철한 판단을 저해해 소방관 자신은 물론 우리 사회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참사가 재발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영웅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다시는 안타까운 희생이 없어야 한다',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강구하겠다'등 기존과 다를 것도 감흥도 없는 대책뿐이다.

소방관의 인력 부족, 장비 선진화 등 소방관의 처우 개선의 문제는 선거철마다 나오는 해묵은 이슈다. 현장의 목소리는 허공에 날아가고 정치적 판단만이 결정의 기준이 된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을 이제는 국가가, 그리고 국민이 지켜줘야 한다.

소방관의 순직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게으름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수도 있다. 위험한 재난현장을 소방관의 사명감에만 기대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살아남은 우리는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순직사고를 계기로 소방관의 부상과 사망사고를 줄이고 소방관이 현장에서 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소방의 사명을 담당해 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서 고민해야 한다.

'First In, Last Out', 화재나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는 소방관의 숭고한 정신을 의미하는 문구다. 국민이 위험에 빠졌거나 재난상황에 닥쳤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소방관들이 훈련을 받으면서 항상 가슴에 품는 말이라고 한다.

국민이 가장 위급할 때 필요한 119! 우리의 영웅이라 부르는 소방관! '나라와 국민이 입혀준 수의'라고 말하는 제복을 입는 소방관들의 권위를 존중하고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국민들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