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한 광주교육과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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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머쓱'한 광주교육과 교육감 선거
양가람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2. 01.16(일) 15:18
  • 양가람 기자
사회부 취재기자 양가람
최근 광주의 한 사립초에서 1학년 학생을 상대로 저지른 '정서적 아동학대'가 논란이 됐다. 숙제를 안했다는 이유로 점심시간에 따로 교실에 남겨두고 '명심보감'을 베껴쓰도록 지시한 것인데, 학교 측은 올바른 학교생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훈육'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담임교사는 지도에 잘 따르고 수업 태도가 좋은 학생들에겐 '으쓱이'를,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겐 '머쓱이'를 주는 자체 상벌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교실 앞 대형 화면을 통해 자신과 다른 친구들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고, '머쓱이'를 많이 받은 학생들은 점심시간마다 명심보감 필사 등 '1:1 특별지도'를 받았다. 그게 '자칭 명문' 초등학교가 주장하는 '훈육'이었다.

'훈육'이란 학생이 잘못된 것을 판단하고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지, 행동에 대한 낙인을 찍는 게 아니다. 광주시교육감이 해당 초등학교의 학생 지도 방식을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비교육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한 이유다.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광주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무주공산' 시교육감 자리를 놓고 공식 출마 선언 전부터 오르내리는 이름들이 많지만, 교육철학과 공약을 선명히 밝힌 이들은 많지 않다.

다만, SNS나 매체를 통해 출마 예정자들이 내비친 공통적인 메시지는 '광주교육 혁신'이다. 우수했던 광주교육이 현 교육감 시절 동안 '하향 평준화'됐다는 문제의식이다. 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와 대학 진학률을 광주교육 퇴보의 근거로 든다. 능력있는 소수에 집중 투자해 '실력 광주'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이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미래교육, 고교학점제…. 예측 불가능한 교육계에 '실력 향상' 청사진만 갖다붙이는 이들을 보며 내심 불안함을 느꼈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중시하겠다고는 하지만,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한 '훈육'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 정국에 쏟아지는 수많은 이슈들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시민들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져 있는 상태다. 역대 최다 출마가 예상되지만, 거론되는 출마 예정자의 이름조차 알지 못할 만큼 '그들만의 리그'가 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광주교육의 미래는 더욱 요원하고 '머쓱'하게 느껴진다.

최종적으로 교육감 후보가 추려지면 보다 구체적인 공약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교육의 미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실력'이 아니라, '으쓱이'와 '머쓱이'가 없는 교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란 문제의식이 후보자들 사이에 공유됐으면 좋겠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