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자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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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5·18 자유공원
  • 입력 : 2022. 01.11(화) 16:58
  • 이용규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열아홉살 꽃다운 나이였던 가두방송의 주역 차명숙씨에게 보안대와 상무대 영창은 치욕스럽고 공포의 장소다. 병원에 실려온 부상자들을 보살피던 중 계엄군에 연행된 차씨는 지난 2018년 4월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안대와 상무대 영창에서 받은 고문을 폭로했다. 그가 밝힌 고문의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차씨는 수감 기록을 근거로 "쇠줄에 묶인 가죽 수갑을 양 손목에 찬 채 먹고 자고 볼 일을 보면서 짐승만도 못한 상태로 지내야 했다. 38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기억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5·18 당시 보안대와 상무대 영창은 시위로 체포된 시민들의 인권 말살의 현장이었다. 군 초급 간부를 양성하는 군사교육기관이었던 상무대는 전남북 계엄분소가 자리잡고, 신군부에 저항하는 광주 시민 진압 작전 계획 수립과 작전회의가 열린 곳이었다. 영내에 있던 7평 감방은 콩나물 시루처럼 체포와 불법 구금된 시민들로 빼곡히 채워졌고, 이들은 하루 16시간 정면을 바라본 채 바른 자세로 앉아 있어야 했다. '오줌은 2초, 똥은 20초' 등 생리적인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포로 수용소와 다름없었다는 증언에서 반인륜적 참혹함을 실감할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온갖 고문을 당한 시민들은 군사재판에서 계엄법 위반·내란 음모·내란 주요 임무 종사 등 무서운 죄목으로 옥살이를 했다.

80년 인권 유린 현장, 상무대 영창과 법정은 5·18 자유공원에 자리잡고 있다. 5·18 당시 보다 150M 북쪽으로 옮겨져 1994년 복원됐다. 장성으로 상무대 이전으로 무상 양여받은 광주시의 상무지구 신도시 건설로 상무대 법정과 영창이 철거된 이유다. 지역사회에서도 역사의 현장 훼손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5월민중항쟁동지회의 내부 투표에서 이전 복원파가 우세해 영창·법정이 있던 자리는 아파트 단지로 편입됐다.

상무대 영창과 법정을 이전 복원했음에도 현장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 당시 도시계획에서 충분하게 상무대 영창과 법정을 피해 구획할 수 있었음에도 보안사의 유족 분열 공작으로 역사의 현장을 훼손해버렸다. 5·18 현장 훼손이 어디 상무대 영창 뿐인가? 오랜 진통끝에 복원에 들어간 옛 전남도청 별관도 너무도 많은 것을 훼손하고 잃어버려 씁쓸하다.

최근 5·18자유공원이 광주의 아픔과 역사를 배우는 공원으로 새 단장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광주시가 2020년 7월부터 국비 32억원을 투입해 영창, 법정 등에 당시 상황을 재현한 인물 모형 100여 개와 종합안내도, 설명 패널 추가 설치 등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자유공원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광주시의 국비 확보를 위한 아이디어와 노력도 돋보인다. 아쉽지만 새롭게 변신한 자유공원이 왜곡된 진실이 밝혀지는 교육장이자 국민통합의 장으로서 활용되길 바란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