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한나이와 만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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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앰한나이와 만 나이
  • 입력 : 2022. 01.06(목) 16:26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새해 임인년이 된 지 1주일이 지났다. 한국사람들은 새해 첫 날 한 살씩 더 먹는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용되는 이상한 한국 나이 셈법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중인 나이는 계산법에 따라 '한국식 나이','만 나이','연 나이' 등 3개다.

 '한국식 나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출발해 해마다 새해 첫날 한 살씩 추가되는 것으로 한국인 10명중 8명 정도가 사용할 정도로 많이 세는 나이이다. 12월 31일 출생할 경우 바로 한 살을 먹고 바로 다음날 1월 1일 새해가 되면 또 한 살이 더해지는 식이다. 1년이 아닌 24시간만에 한 살이 늘어나니 엉터리 나이 셈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세태에서 '앰한나이(전라도 방언으로는 애무살)'란 말도 생겼을 것이다.앰한나이의 사전적 의미는 애매한 나이로 '연말에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된 경우의 나이'를 말한다. 상식있는 엄마들은 앰한나이가 자신의 자녀에 적용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12월 태생 자녀를 둘 경우 제 나이를 먹은 또래 아이들에게 치일 것을 우려해 다음해 적정 시기로 판단되는 날을 생년월일로 잡아 출생 신고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나이를 적용하는 '연 나이'는 병역법의 입영 영장 발부 등 주로 법 집행 편의를 위해 쓰이고 있다.

 '만 나이'는 생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한 살씩 더 먹는다. 생일은 출생한 지 꼭 1년을 채운 날을 말한만큼 나이셈법으로 최적이 아닐 수 없다. 만 나이에서 만은 한자로 '찰 만 (滿), 부족함이나 에누리 없이 100%를 충족시켰다는 준거를 의미하고 있는 말이다. 합리성 때문에 우리 생활속에서 만 나이 사용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직장인이 은퇴하는 시기인 정년은 만 60세 이고, 기초 연금 지급 대상도 만 65세 이상,대통령 및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도 만 18세 이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 모든 일상을 빼앗아버린 코로나19시대에서도 만 나이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정부 방역 정책을 살펴보면 백신접종 허용 기준으로 '만 나이'가 적용된다. 이는 백신 허가때 안전성과 약효를 검토하는 해외 임상 시험 자료가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 탓이다. 반면 방역 패스에는 '연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생년월일을 일일이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편의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처럼 우리 나라의 경우 상황에 따라 여러 나이가 적용되고 있어 헷갈리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식 나이 먹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이 많고 만 나이 사용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올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현실을 반영한 나이 통일화를 꾀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나이는 우리 실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더욱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사안이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