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더 부자가 되자는 꿈은 환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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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더 부자가 되자는 꿈은 환상일까
  • 입력 : 2022. 01.06(목) 14:40
  • 이용환 기자
석차경제 오징어게임의 경제학. 디자인21 제공


석차경제 오징어게임의 경제학

이민원 | 디자인21 | 1만5000원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를 뒤흔든 '오징어 게임'은 한마디로 '제로섬 게임'이다. 내가 이기면 상대가 지고, 상대가 이기면 내가 지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제로섬 게임은 두 개인, 두 기업 등 두 주체 간의 이기고 지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이기는 주체도 지는 주체도 여럿인 게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로섬 게임에서는 주체들이 얻은 이익을 순서대로 줄을 세워 석차로 나타낼 수 있다. 제로섬 게임은 이익의 양이 아니라 석차만이 의미가 있다.

경제학자이면서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이민원의 신작 '석차경제 오징어게임의 경제학'은 대전제로 '더 이상 성장은 없다'를 놓고 제로섬 게임과 오징어 게임의 현실적 의미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런 과격한 주장을 하는 것일까. 제로섬 게임 혹은 오징어 게임에서 보듯 세상에서 부의 본질은 석차다. 학생 성적의 본질이 석차이듯 사회의 부는 교실 안의 성적과 대응된다. 한 사회에서 어떤 경제적 활동이 이뤄지면서 사람별로 증가하고 감소하는 재산을 합하면 제로(0)다. 학생들의 성적처럼 과거보다 현재의 소득이 올랐을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성적이 석차이듯 사람의 부 역시 그가 가진 재산의 석차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모든 사람의 석차를 동시에 올릴 묘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때 죄수의 딜레마인 '내쉬균형'을 활용해 포지티브섬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두 당사자가 상호 신뢰를 전제로 협력을 해야 하는데 그 협력을 보장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설령 상호협력해 상생에 이른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제로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여기에 대한 해법이 이 책에 담겨있다. 저자는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 자치단체, 정부 등 4개의 주체가 힘을 모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로섬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추구하려는 노력, 제로섬의 틀 안에서 격차를 해소시키려는 배려, 석차 세상에서 허덕이는 개별주체 모두가 1등이 되는 방안, 제로섬 안에서 각 개별주체를 분리하는 경계를 허무는 일 등이 저자가 제시한 해법이다.

제로섬과 오징어게임을 돌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체 학생의 성적을 올리는 방법은 있을까. 모든 지역의 부를 증가시킬 방법은 있을까. 있다면 그게 과연 무엇이고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고뇌의 결과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