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배양육… 가짜 고기인가, 식탁 혁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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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배양육… 가짜 고기인가, 식탁 혁명인가
  • 입력 : 2022. 01.06(목) 14:40
  • 이용환 기자

세계 환경의 날을 앞두고 인도 동부 캘커타에서 동물착취를 반대하는 채식주의자들이 동물학대를 금지하고 채식을 장려하자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 김영사 | 1만6800원

고기는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식품이다. 단적으로 삼겹살과 치킨은 김치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육식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이른바 '비거니즘'과는 별개로 환경부터 기후변화까지 육식을 놓고 제기되는 문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당장 우리가 채식을 해야 한다'는 명제는 비현실적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육식은 채식에 비해 훨씬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 반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채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선뜻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이들 다수가 지닌 육식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기존 육식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식품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 체이스 퍼디가 쓴 책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은 동물 세포를 소량 떼어내 배양시켜 만든 세포배양육과 그 산업에 대한 이야기다. SF 소설이나 영화 속 한 장면에 나올 법한 이 제품이 활발하게 개발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 잭 웰치, 영국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홍콩의 거물 리카싱 등 외국의 유명 기업가와 투자가 들이 세포배양육 기업에 수년 전부터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이 배양육 산업의 전망을 밝게 보며 투자에 나섰다고 한다.

저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푸드테크 기업 '저스트'와 창립자 조시 테트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핵심은 세포배양육 업계의 성장과 세포배양육 제품이 경제, 정치, 문화적으로 수용되는 데 겪는 어려움이다.

저자는 이를 학술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대화와 장면으로 보여준다. 조시 테트릭이 네덜란드에서 세포배양육 시판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모습, 아시아에서 사업을 발표하고 투자받는 모습, 가공육 대기업과 B2B 파트너십을 맺으려 애쓰는 모습 등을 읽을 땐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다.

하지만 배양육이 미래 먹을거리 시장을 차지하는 일은 순탄치 만은 않다. 목축업자들로 대표되는 기득권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업을 이어온 다수의 목축업자들은 세포배양육을 '가짜 고기(fake meat)'라고 폄하하는 등 세포배양육 업계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도 세포배양육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어떤 기관이 담당하고 어떤 규제를 적용해야 할지 혼선을 빚고 있다. 세포배양육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지만 행정과 법의 변화는 복잡하고 느리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도 크다. 아무리 가격이 재래식 고기와 비슷해진다 한들, 식탁에 세포배양육으로 조리한 요리를 내놓고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을까. 유전자변형 식품과 자연 그대로의 식품 중 무엇이 더 나은 걸까. 소재는 과학적이며 책이 주로 다루는 건 산업 이야기이지만,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남는 질문은 지극히 인문·사회학적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고기란 무엇일까', '기존의 육식을 계속해도 될까', '배양육이 최선의 대안일까'. 때로는 흥미롭고 때로는 뭔가 부족할 지 모른다. 그렇지만 정답을 요약해 쉽게 건네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안겨줄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비거니즘을 비롯한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 고기를 좋아하지만 육식의 문제를 인지하는 사람, 푸드테크를 비롯한 미래 산업을 더 알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