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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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검은 호랑이
  • 입력 : 2022. 01.04(화) 16:44
  • 이용규 기자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호랑이 숲이 있다. 산림청이 우리나라 땅에서 사라진 지 100년된 멸종 위기종 백두산 호랑이의 종보전과 이들의 야생성을 지키기 위해 조성한 백두산 호랑이의 보금자리다. 축구장 7개 면적(4만8000㎡)에 해당하는 이 숲에는 한청(2005년 5월8일생),우리(2011년 9월28일생), 한(2013년 10월29일생), 도(2013년 10월29일생), 태범(수컷·2020년 2월생), 무궁(암컷·2020년 2월생) 등 6마리 호랑이가 살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한청은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호순이 손녀로 호랑이숲의 안방마님으로 팔색조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수컷인 우리는 다툼을 싫어하고, 한은 뛰어난 야생 본능을 드러낸다. 도는 소심한 성격이나 미소를 자랑하며 이 숲의 미스호랑이로 꼽힌다. 이 숲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태범이와 무궁이는 에버랜드에서 살다 이 곳으로 온 지 몇개월 되지 않는다.

지난 2019년 백두대간 호랑이 보존센터내 내실에서 호랑이 숲 방사장으로 아침에 출근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기회를 가졌다. 육중한 덩치의 무리들이 어슬렁 거리는 장면을 펜스밖에서 호랑이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들의 행동에서 20여년전 공중파 방송에서 본 호랑이와 사자의 지존 대결이 떠올랐다. 북한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호랑이 승리로 끝나는 사자와의 혈투를 다룬 것으로, 호기심속 긴장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 영상에서 보면 성미급한 호랑이의 앞발 선제 공격으로 턱을 가격당한 사자가 그대로 땅에 나뒹그러졌다. 우세를 잡은 호랑이는 쓰러진 사자를 공격하지 않고 일어날때까지 기다리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호랑이는 우리나라 선조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경외의 동물로 여겨졌다. 호랑이를 산군, 즉 숲의 주인이라 칭하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호랑이와 연관성을 띤 우리나라 지명이 전남 74개소를 포함해 총 389개이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국민 응모로 올림픽 마스코트로 선정될 정도로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해다. 십이지의 세 번째 동물인 호랑이는 달로는 음력 1월 시간으로 새벽 3-5시에 해당된다. 60년마다 돌아오는 검은 호랑이 해지만 국가나 지역적으로 리더를 뽑는 선거의 해인 올해는 호랑이처럼 예리한 통찰력이 와닿는 해다.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두렵고 위험한 호랑이 처럼 잘못된 정치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고 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다. 80년대 3김시대의 주역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김종필 전 총리는 "국민은 사육사가 아무리 잘해줘도 비위에 거스리면 물어버리는 호랑이 같은 존재"라고 했다. 국민을 호랑이에 빚댄 JP의 수사가 노회한 정치인의 사탕발림식으로 들리긴 하나 맹자식으로 말하면 역성혁명이고, 현대 버전으로 풀어쓰면 탄핵일 것이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사자성어로 선정한 '묘서동처(猫鼠同處)'라는 부조리한 현실이 올해는 고양이가 쥐를 소탕하고, 호랑이 없는 굴에서 여우가 주인 노릇하는 일이 없는 세상을 기대한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