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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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2021년의 5월
  • 입력 : 2021. 12.28(화) 16:21
  • 이용규 기자
숨가쁘게 달려왔던 신축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도 올해 41년을 맞은 광주민주화운동에 있어 많은 활동들이 진행됐다. 우선 출범 2년째를 맞는 국가 주도의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가 국민보고회를 갖는 등 그날의 진실을 맞추기 위한 노력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진상규명과 함께 역사왜곡방지 노력도 눈에 띈다. 이형석 국회의원(광주 북을) 대표 발의로 제정된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방지법이 올 1월부터 시행으로 적극적 대응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경찰이 5·18 폄훼·왜곡 혐의로 10여명을 검찰에 송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전두환, 노태우, 정웅씨의 잇단 부음은 시효가 없는 역사의 법정에 냉혹한 평가를 실감케한다.

육사 11기 동기로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이에 반발하는 광주를 무참히 짓밟고 세상을 떠난 전씨와 노씨는 역사의 법정으로 넘겨졌다. 말년에 투병으로 인해 외부 활동을 단절했던 노씨는 지난 10월 26일 사망한데 이어 전씨가 11월 23일 친구의 뒤를 따라 이승의 삶을 마감했다. 전씨가 세상을 등진 이날은 그가 백담사로 유배당한 날이기에 역사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내란목적살인죄로 기소돼 법의 심판을 받은 이들은 사면을 받았지만 생전에 진정어린 사과나 사죄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회고록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뻔뻔함으로 일관했다. 투병중인 노태우씨를 대신한 그의 아들 재헌씨가 몇차례 5·18국립묘지와 5월단체를 찾아 고개를 숙였으나 5월단체가 요구한 노씨의 회고록 수정을 외면, 그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지난 23일 93세의 일기로 별세한 정웅 전국회의원은 이들과의 삶과 대비된다. 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0년 소장 진급과 함께 광주 제31향토사단장으로 부임해 5·18민주화운동 초기 강경 유혈 진압 지시를 거부,강제 예편됐다. 88년 총선에서 광주 북구에 평민당 후보로 출마 91.4%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등원후 평민당 광주민주화운동조사특별위원장을 맡은 고인은 정계 은퇴후 최근까지 회고록을 집필했다. 회고록엔 '80년 5월19일낮에 광주지역 기관장들로부터 이러다가는 광주시민들 다죽이겠다는 말을 들은 뒤 그날밤 참모를 불러 상부의 강경진압 명령을 무혈진압으로 전환해 작전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진압시 국민이 피를 흘려서는 안된다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신축년 끝자락에서 정웅 전의원의 부음은 5·18왜곡과 폄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에서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하는 무한책임을 우리에게 남겼다. 비록 전씨와 노씨가 사망했다고 해서 광주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멈춰설 수 없기 때문이다. 5월 관계자들의 몇사람만이라도 가슴속에 맺혀있는 진실을 세상에 고백하고 세상을 떠나게 해야 할 필요가 더 절실해진다. 그래야 광주의 덧칠해진 왜곡도 벗겨질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분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정웅 전의원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