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면 어둡고 무서운 법원 뒷 동네 '동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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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해 지면 어둡고 무서운 법원 뒷 동네 '동계마을'
낙후되고 빈 집 많은 공동화 지역||관련 사업 시행에도 여건 개선 無||문화재와 함께 사는 도시 재생 필요
  • 입력 : 2021. 12.09(목) 15:54
  • 김혜인 기자

지난 7일 오후 7시께 동구 지산2동 동계마을은 해가 지자 골목 곳곳이 어두워졌다.

대학생인 최모(23) 씨는 이번 학기가 끝나면 동계마을을 떠날 예정이다. 지난해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자취를 하기로 결정해 학교 부근인 동계마을로 집을 구해 살고 있지만 귀가할 때마다 을씨년스러운 골목을 걸어오자니 불안하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광주 동구 지산동에 위치한 동계마을이 마을개조사업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후화된 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7시께 해가 지자 동구 지산2동의 동계마을 인근이 깜깜해졌다.

주택가 곳곳 좁은 골목은 가로등이 없어 음산한 분위기를 풍겨 행인들로 하여금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최씨는 "방을 구할 때는 조용한 동네라서 괜찮겠다 싶었는데 막상 밤에 다녀보니 길이 무섭고 불안해서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7시께 동구 지산2동 동계마을은 해가 지자 골목 곳곳이 어두워졌다.

동계마을은 광주지방법원과 인접하고 무등산을 뒤로 하고 있으며 광주시 지정문화재인 '오지호가(家)'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역 전체가 노후화 돼 현재 293가구 중 주택 18채가 비어있다.

주로 고령층 노인들이 거주하다 사망하면서 비었거나 인구가 유출되기는 하지만 낙후된 동네 여건탓에 사람들이 유입되지 못하면서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고광순(57) 씨는 "뭔 사업을 진행한다는데 티도 안 나고, 하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이곳 법원 뒷동네는 어둡고 침울한 동네로 광주시민들에게 낙인이 찍혀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어 "주말엔 아무도 밖을 나가지 않아 동네가 죽은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오후 7시께 동구 지산2동 동계마을 일부 골목은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야 앞을 나아갈 수 있었다.

동계마을은 지난 2019년 3월 새뜰마을사업(취약지역생활여건 개조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사업은 크게 △노란 안심길(보행환경 개선) △마을 환경 정비 △동계 공원 정비 △주민 역량강화로 구분되며 총 45억의 예산이 투입됐다.

문제는 3년이 다 돼 가는데 눈에 들어오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동계마을 현장지원센터에 따르면 보행환경 개선은 현재 보도 작업 진행 중 이며 가로등 확대는 내년 상반기에 진행 예정이다. 주거환경 개선의 경우 집 지붕 수리나 오래된 창문, 외벽, 도시가스 등 소규모 개·보수만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은 개선사업의 대부분이 주민들의 생활여건 향상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30년 동안 동계마을에 살아왔던 박옥진(75) 씨는 "마을이 활기를 잃었다"며 "담벼락부터 지하 하수도까지 손 댈 곳은 많은데 지붕만 뜯어 고친다고 동네가 저절로 살아나겠는가"며 "낡고 오래된 주택을 먼저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께 동구 지산2동 동계마을에는 오래된 주택과 건물이 즐비해있었다.

과거 동계마을은 4차례 정도 재개발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마을의 상징이자 광주시 지정문화재인 오지호가를 중심으로 반경 200m내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설정돼있어 쉽사리 개발을 추진할 수 없었다.

동계마을 주민 일동은 고층빌딩이나 아파트보다는 주택을 새롭게 가꾸고 문화재 가치와 함께 살아나는 도시 재생 사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동계마을 자치위원회 활동을 하는 이모(62)씨는 "오지호가와 같은 문화재가 보존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낙후된 동네를 방치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예 싹 밀고 아파트를 짓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재의 존속 가치를 영위하면서 우리 동네도 함께 살아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현재 동계마을이 정주여건이 많이 취약한 상태임을 알고있다. 시행 중인 새뜰마을 사업도 이러한 환경을 개선해보고자 한 취지이기 때문에 일단 내년까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전 11시께 동구 지산2동 동계마을 주민이 골목을 걸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1시께 동구 지산2동 동계마을에 위치한 오지호가.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