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도 보수도 힘든 '광주 학교 잔디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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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유지도 보수도 힘든 '광주 학교 잔디 운동장'
장애물·내구연한 넘어도 관리 안돼||학생들 "잔디에 걸려 다칠뻔하기도"||학교측, "유지·보수 큰 돈 들어 부담"||광주시교육청 "지원책 고민하겠다"
  • 입력 : 2021. 12.09(목) 15:51
  • 정성현 기자

지난 6일 광주 동구 모 고등학교 잔디 운동장. 군데군데 움푹 파인 구멍과 훼손된 지점이 있지만 방치 되고 있다.

"잔디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칠뻔한 적이 있어요. 차라리 모래 운동장 때가 걱정은 덜했던 것 같아요. 관리가 제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학교 미관과 환경 개선 등을 위해 설치한 잔디 운동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치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에 설치된 잔디가 미끄럽거나 움푹 파이는 등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지만,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학교 측은 잔디 관리비로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교육청 등 행정기관의 추가 지원이 있어야 이 사안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청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지만 아직 뾰족한 수는 없다.

지난 6일 찾아간 광주 동구의 모 고등학교 운동장.

노랗게 물든 천연 잔디 운동장 한가운데 알 수 없는 검은 장애물이 툭 튀어나와 있다. 잔디가 마모 돼 드러난 구덩이는 발을 헛디뎌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몇몇 잔디들은 평탄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높낮이가 다르기도 했다.

이모(19) 양은 "우리 학교 잔디 운동장은 비나 눈이 조금이라도 오면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사용하기 힘들다"며 "구기 종목이나 체육 시간 수업은 대부분 체육관에서 하고 있다. 잘 안 쓰다 보니 잔디가 비어있어도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광주 동구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 평탄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울퉁불퉁한 모습을 띄고있다.

광주 북구의 모 고등학교 인조 잔디 운동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겉보기에는 큰 문제 없지만, 가까이서 본 모습은 허점으로 가득했다. 인조 잔디는 다 닳아 누워있었고, 얇아진 잔디는 손으로 가볍게 훔치기만 해도 힘없이 뽑혔다.

환경부가 제시한 인조잔디 사용 기한은 8년이지만, 이 학교는 인조잔디를 조성한 지 12년(2009년)이 넘었다.

김모(19) 양은 "학교 체육 시간에 친구들이 장난치다 미끄러져 넘어진 적이 있다"며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후 예전처럼 마음 편히 뛰어다니지 못했다. 입학할 때는 운동장이 인조 잔디라 좋아했는데, 이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광주 북구 한 중·고등학교 운동장 인조잔디가 사용 기간이 훌쩍 넘어 손으로 가볍게 훔치기만 해도 힘없이 뽑힌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행정기관이 예산을 들여 잔디를 조성했지만, 유지·보수·교체에는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과거 공단은 지자체·교육청과 함께 '학교 잔디 운동장 조성 사업'을 시행해 지난 2013년까지 선정 학교 당 약 3~4억원의 잔디 설치 비용을 지원했다. 하지만 설치 이후 관리 비용이 일체 지원되지 않으면서, 그 부담은 학교가 전적으로 안게 됐다.

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광주에는 초등학교 8개교, 중학교 7개교, 고등학교 31개교 등 총 46개 학교에 잔디 운동장이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34개 학교(인조잔디 19개교, 천연잔디 15개교)가 2013년 이전 투자를 받아 지어졌다. 사용 기한이 넘는 등 노후가 진행된 잔디 운동장 비율은 전체의 73.9%에 이른다.

한 고등학교 시설 관계자는 "인조잔디는 노후화가 진행될수록 잔디를 세워주는 브러싱 작업과 파일칩, 충전재 교체 등의 가격이 배로 뛰어, 1년 10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 들어간다"며 "매년 교육청으로부터 유지·보수 비용으로 500만원을 지원 받고 있지만, 이는 충분한 관리를 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천연잔디의 경우는 이 지원금조차 없어 학교 자체 예산으로 보수한다. 대부분 전문 업체에 맡겨 진행하는데, 이 비용을 학교 예산에 편성했다가 이후 잔디가 죽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공단이나 교육청 등에서 설치 이후에도 관심을 갖고 추가 관리비 지원 등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은 올해 수요 조사 과정에서 많은 학교가 '잔디 운동장 유지'를 선택했다며, 이를 토대로 재시공·예산 부담 등 학교 당국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설치 학교가 잔디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용 기한이 오래돼 높은 관리비로 교체를 희망하는 경우, 검토 절차를 거쳐 마사토(흙)로 바꿀 수 있도록 예산 책정에 신경쓰겠다"고 했다.

이어, "학교들이 자체적 비용으로 잔디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당장은 유해 성분 관리 명목으로 인조잔디에만 예산이 책정 돼 있지만, 추후 천연잔디 등 다방면에 적용될 수 있는 지원책이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광주 북구 한 공립특수학교 운동장 잔디가 마모돼 흙바닥이 드러나 있지만,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