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서 패밀리 아너 1호를 달성한 김경수·차정례 부부와 조카 차현준 씨 가족. 전남 사랑의열매 제공 |
가족 중 가장 먼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김경수 씨는 여수에서 작은 초밥집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장님이다. 그렇지만 그의 기부 마인드만은 비범하다.
김경수 아너는 '기부'는 인간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라고 믿는다. 김경수 아너는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나처럼 사는데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작은 도움이지만, 조금씩 지역사회에 기부를 이어왔기 때문에, 나처럼 살고자 더 큰 결심을 하게 됐고, 결심은 아너 가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김경수 아너에게 고액기부는 절대 돈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김경수 아너는 "어쩌면 기부는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며 "내 것을 아껴서 주는 게 진정한 기부가 아닐까 싶다. 봉사와 나눔이 생활이 돼 어느새 자녀들도 부모에게 받은 용돈 일부는 꼭 기부하는 식으로 본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기부에 대한 가치관은 아내로 이어졌다. 그의 부인 차정례 씨는 지난 2014년 전남 아너 11호에 가입했다. 고생 끝 여수에서 가게를 차린 부부의 다짐은 '그저 돈만 모으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것이었고 이들은 10여년간 차근차근 약정한 2억 기부를 완성해갔다.
기적은 또 한번 이어졌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수련을 마치고 순천에서 횟집을 차린 조카 차현준 씨가 지난 2016년 전남 아너 35호로 가입한 것이다. 김경수·차정례 부부는 순천에서 터를 잡겠다고 하는 조카에게 당시 여수에서 운영하던 횟집 '자산어보' 간판을 대가 없이 내주는 대신 성공하면 꼭 나누면서 살라고 권유했다.
이렇게 고모와 고모부의 뜻을 본받아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결심한 차현준 아너는 코로나 불황을 견디고 다음달 1억 완납을 앞두고 있다. 차현준 아너는 "사실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매달 일정 기금을 약정하는 게 힘에 부쳤다"며 "몇 개월 좀 쉬다가 다음달이면 약정한 1억 기부가 모두 끝이 난다. 아주 홀가분한 기부다"고 말했다.
차현준 아너는 "물론 고모, 고모부와 한 약속이 구두이긴 하지만, 가게를 차리고 언제가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아너 가입을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주위에서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은 좋다. 요즘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지만, 여유가 있다면 소액기부라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뿌듯할 때요? 딸내미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랍니다. 조카 이어서 우리 자식들까지 기부 전통 이어가야죠." 10여년에 거쳐 완성한 3억 완납.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전남 4호 아너 김경수 씨의 새로운 다짐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