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에게 들려주는 오월어머니들의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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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에게 들려주는 오월어머니들의 그날 이야기
오월어머니, 수피아여중 5·18 특강 ||보훈처 주관… 광주 유일 선정돼 ||학생 “오월 가족 슬픔 생생히 느껴”
  • 입력 : 2021. 09.29(수) 17:56
  • 김혜인 수습기자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29일 광주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을 찾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월어머니들이 29일 오후 광주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을 찾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월어머니들이 29일 오후 광주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을 찾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5·18때 계엄군의 무차별 폭행으로 길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두려운 마음은 없었느냐고요? 그 당시에는 무서운 것이 없었지. 내가 그 죽음을 두려워하면 어떻게 투쟁할까요?"

오월어머니들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강연을 열었다.

29일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광주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자중학교에서 '오월어머니집 초청 특강'을 했다.

이번 강연은 국가보훈처에서 지원하는 국가 보훈 프로그램의 하나로, 수피아여중이 전국 30개 단체 중 광주지역 유일한 학교로 선정됐다.

수업 시간이 되자 교실에는 1980년 항쟁 당시 가족이 죽거나 다친 오월어머니들이 교단에 섰다. 6명의 오월어머니가 1학년 6학급 교실에 들어가 130명의 학생에게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전달했다.

오월어머니들은 대인시장과 양동시장에서 주먹밥을 싸 도청으로 전달한 이야기부터 항쟁 당시 불의에 맞서 싸운 시민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어머니들의 이야기 등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또 가족들이 겪은 비극을 설명하며 학생들에게 그날의 진상을 알렸다.

1반에서 강연을 한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사무총장은 항쟁 당시 조선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오빠의 사연을 들려줬다.

김 사무총장의 오빠는 하교하는 길에 곤봉을 든 공수부대 8명에게 둘러싸여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 그는 구타를 당하다가 결국 기절했다. 이후 정신질환으로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다.

김 사무총장은 "내로라하는 정신병원에 다니며 치료에 힘썼지만, 오빠는 7~8년 만에 눈을 감았다"며 "그 충격은 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오히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1년 전 치매 판정을 받고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잊을 수 있어 한결 마음이 편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6반에서 강연을 한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남편인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아들 둘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의 엄마였지만, 남편이 내란 수괴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으며 이 관장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었다.

이 관장은 남편의 손에 채워진 수갑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고, 커가는 아들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오빠를 잃고, 남편이 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어온 오월어머니들은 오월어머니집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알렸다.

이 관장은 "자식이나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간다"며 "그 많은 상처를 앓고 모인 곳이 오월어머니집이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며 위로해주는 오월어머니의 '쉼터' 같은 곳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광주에서 '주먹밥'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학생들에게 되새겨 주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항쟁 당시 시민군이 어머니들이 만든 주먹밥을 먹고 △주먹밥처럼 똘똘 뭉쳐 하나가 된 과정 △배고픔을 달래준 어머니들의 정성 △생명을 존중하는 현장에서 느낀 뭉클함 등을 묘사했다.

이후 학생들은 항쟁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느껴보듯 여러 질문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어떻게 주먹밥을 싸서 시민군에게 전달했는지', '거리에 희생된 분들을 보면서 투쟁이 무섭지 않았는지', '남편의 사형 선고를 듣고 어땠는지', '6월 항쟁 이후 직선제가 이뤄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등을 물으며 당시 상황을 들었다.

어머니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집중하던 학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신해영 양은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5·18에 대해서만 알고 남은 가족들에 대해서는 몰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주 뜻깊은 수업이었다. 앞으로 우리 세대가 5·18을 더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임수 양은 "아버지가 5·18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그동안 왜 말해주지 않았는지 궁금했는데 강연을 듣고 나서야 아버지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또한 아버지가 당시에 어떤 마음으로 광주를 지켜봤는지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유영미 수피아여중 도덕 교사는 "광주지역 학생들은 5·18에 대해 많은 교육을 받아 5·18을 '지겹거나 식상한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해당 사건의 피해자나 어머니들을 모시고 겪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의 수업을 한다면 학생들이 더 실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특강 추진 배경을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5·18을 단순히 책으로 배운,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광주 시민으로서 역사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식을 준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며 "아이들이 수업을 진지하게, 집중해서 들어줘 고맙고, 강연해주신 오월어머니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월어머니들이 29일 오후 광주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을 찾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월어머니들이 29일 오후 광주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을 찾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월어머니들이 29일 오후 광주 수피아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을 찾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인 수습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