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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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돈의 신'
  • 입력 : 2021. 09.29(수) 17:28
  • 이용환 기자
전남일보 문화체육부장.


"늬들은 고작 사람이나 사랑 따윌 믿지/난 돈을 믿어, 고귀하고 정직해 날 구원할 유일한 선/늬들은 왜 그리 사니 근데 왜 그 꼴로 사니/돈으로 산 내 권세와 젊음 내 삶을 올려다봐…." 지난 2017년 가수 이승환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헌정한 곡 '돈의 신'이다. 이승환이 직접 작사한 이 노래는 '니가 하면 투기, 내가 하면 투자, 니가 하면 사기, 내가 하면 사업' 등과 함께 '오 나의 개돼지', '오 나의 천민들' 같은 직설적 풍자가 담겨 발매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가수 이승환에게 이명박은 '돈 밖에 모르는 지독한 돈의 화신'이었다. 다른 대통령과의 차이도 '완벽한 뻔뻔함'에 있었다. 실제 이명박은 자신뿐 아니라 친·인척과 측근을 모두 동원해 돈 되는 일에만 매달리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마저 박탈 당했다. 대통령 선거 전에 4대강 주변에 땅을 사들인 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끝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여 엄청난 이익을 얻기도 했다. 은평 뉴타운마저 그의 친·인척이 사놓은 땅이었다. '다스(DAS)는 누구겁니까'라는 시민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이명박의 것'으로 밝혀졌다.

대선을 앞두고 경기도 성남시에서 벌어진 대장동 프로젝트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29일에는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대장동 사업은 사업 주체와 이해 관계자가 많고, 구조가 복잡해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설계를 했고 5000만원의 출자금을 낸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천문학적 이익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지분이 1%뿐인 회사가 수익을 독식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대목에도 말문이 막힌다. 억대 고문료를 챙겼다는 '좋은 형님들'의 역할도 '돈의 신' 이명박의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시중에 떠도는 '화천대유는 누구 것이냐'는 얘기도 궁금하다. 과연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일까. 하지만 주인이 누구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명박 이후에도 여전히 불투명한 뭉칫돈에 뒤덮인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당장 화천대유나 천화동인의 과도한 이익은 '돈의 신'이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특혜로 점철돼 있다. 수억원의 고문료를 받은 대법관과 특별검사, 변호사 등 고위층의 행태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진실은 곧 밝혀 지겠지만 그에 앞서 '대장동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승환의 노래 '돈의 신'을 헌정한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