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들 '쓰레기 줄이기' 행동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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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시민들 '쓰레기 줄이기' 행동 나섰다
광주시민환경연구소·동구 ||쓰레기 줄이기 100일간의 생활 || 안수호씨 쓰레기 배출량 기록 ||체험형 재활용카페 ‘동구라미’ ||페트병 자동 회수기 네프론에 ||넣고 포인트 모아 현금으로 반환 ||제로웨이스트숍 ‘송정 카페이공’ ||개인 텀블러에 음료 담아 팔고 ||종이 등 일상 쓰레기 기증 받기도
  • 입력 : 2021. 09.23(목) 17:12
  • 도선인 기자

23일 광주 동구 산수동의 재활용카페 '동구라미'에 있는 네프론(페트병 자동회수기)를 한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광주 동구 산수동에 사는 안수호(40) 씨는 요즘 집에서 나온 생활 쓰레기를 기록하고 있다. 안씨는 동구와 광주시민환경연구소가 진행하고 있는 '쓰레기 줄이기 100일간의 생활실험'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에게 쓰레기는 탐구 대상이다.

음식물·일반 쓰레기 등을 버릴 때마다 저울을 재고 어떻게 하면 무게를 줄일까 고민하는 것은 물론 페트병 분리배출과 카페 테이크아웃 때 텀블러 사용은 기본이다.

또 물건을 살 때 포장재가 합성소재인지 꼼꼼히 살피는데,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는 애초에 사지 않으려고 한다. 한번 시키면 포장 쓰레기가 더 나오는 배달음식도 먹지 않는다.

안씨는 "사실 그동안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온 편에 가까웠는데, 취미로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환경문제를 실감하게 됐다. 해안가 관계자들이 해마다 수온이 올라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나, 함부로 버린 플라스틱을 먹은 바다생물이 식탁에 올라오는 상상은 섬뜩하게 다가왔다"며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쓰레기를 '잘' 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 배출량을 항상 기록하다 보니,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는 거부하는 자세가 생겼다. 음식물을 버릴 때도 일반 쓰레기인지 음식물 쓰레기인지 하나하나 공부하고 버린다"며 "이런 습관들이 하나둘 모이면 기업은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내놓거나 지자체도 관련 정책을 고심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산수동에 사는 안수호 씨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광주시민들 사이에서도 '쓰레기 줄이기'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과 포장이 늘면서 쓰레기 문제는 일상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자 이제 시민들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23일 찾은 동구 산수동의 재활용카페 '동구라미'에는 오전부터 페트병 자동회수기(네프론)를 사용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네프론에 포장 비닐을 벗긴 투명페트병을 집어넣으면 개인당 포인트가 쌓이는데, 2000포인트 이상이 되면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네프론은 이곳 산수동을 포함 △증심사 종점 △남구 푸른길 광장 △상무시민공원 △화정1동 주민센터 총 5곳에 각각 2개씩 10대가 있다. 페트병 2000개씩 들어가는 기기 1대를 하루에 3번 비워야 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이날 페트병을 잔뜩 모아온 한준섭(81) 씨는 "추석 끝나고 집에 쌓인 페트병을 모아왔다. 네프론을 이용한 지는 두 달이 됐다. 네프론을 사용할 요량으로 길에 버려진 페트병도 일부러 주워올 때가 있다"며 "자연을 위한다는 마음에 뿌듯하고 한 푼 두 푼 모이는 포인트도 쌓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구가 운영하는 동구라미는 네프론 이외에도 △자원순환에 관련 교육·홍보 △재활용품의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안내 △폐자원인 신문지, 유리병 등을 이용한 재활용 작품 전시 △재활용품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쓰레기는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광산구 송정동에는 광주 첫 번째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숍 '송정마을카페이공'이 있다.

이곳 카페엔 쓰레기가 없다. 음료도 개인이 텀블러를 가지고 와야 살 수 있고 쓰레기가 안 나오는 대나무 칫솔, 천연세제 소프넛, 유리빨대 등을 판다. 또 우리동네 회수센터를 마련해 종이팩, 종이가방, 유리병, 신발끈 등의 일상 쓰레기를 기증받고 있다.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는 광주 첫 번째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숍 '송정마을카페이공'이 있다.

북구는 9월부터 '일회용품 없는 공공청사 만들기'에 나섰다. 북구는 직원들 대상으로 개인용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회의나 행사에서 컵·접시·포크 등 다회용품을 대여하는 '다회용품 공유사업'을 통해 일회용품 배출 감소에 노력하고 있다.

최지현 광주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산수2동 100가구 295명의 시민들이 쓰레기 없는 100일간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시범적인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의 어떤 부분에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 체감할 수 있을 거라 본다"며 "최근 늘어나는 제로웨이트숍이나 재활용센터들은 기후위기 시대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거주 가까운 곳에 이런 센터들이 활성화되면 쓰레기 줄이기 문화에 새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