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 안전장치·감사 시스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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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공익제보 안전장치·감사 시스템 시급
여전히 보호 받지 못하는 현실
  • 입력 : 2021. 09.15(수) 18:46
  • 박수진 기자
"내부 고발 이후 조직이 오히려 나를 감시하고 부패가 있는 것처럼 덮어씌우려 했다." (공익제보자들)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익제보자가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익제보자의 신분이 유출되는가 하면, 내부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실업자로 전락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감사 시스템 등 제도적인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0년 12월, 학교법인 전직 이사장의 비리를 공익제보했던 광주 명진고 손규대 교사는 공익제보이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리 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손 교사는 곧바로 해임됐다가 법정소송으로 7개월만에 복직했지만 학교내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다. 학교내 물품창고에 해당하는 1층 통합지원실에 대기했고, 교사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지 못했다.

학교의 올가미는 더욱 조여왔다. 여학생 기숙사 담당, 2개 학교 순회교사 지정 등의 부적절한 업무를 부과했고, 손 교사 자리를 전 이사장 딸 바로 앞에 배치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에서 발생한 80대 치매 노인 폭행사건을 고발한 '공익제보자'인 이명윤(41)씨도 신원이 노출되면서 인생이 곤두박질 쳤다. 한 번의 제보로 출근길은 '지옥'같았고 동료들도 등을 돌렸다. 결국 이씨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는 재택근무를 하다, 병원 운영 법인이 바뀌면서 2018년 2월 퇴사했다.

영화 도가니로 알려져 있는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제보자인 당시 교사였던 청각장애인 전응섭 씨도 결국 해고됐다. 광주지역내 공익제보자들의 삶은 공익제보 이전과 이후의 삶은 마치 '천당과 지옥'처럼 대비됐다.

지난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에 접수된 공익신고 건수는 최근 3년 새 5배가량 급증했다. 지난 2013년 49만 3568건에서 2017년 168만 3709건, 2018년 166만건, 2019년 280만건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공익제보자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권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 2018년까지 권익위에 접수된 공익신고자 신분공개경위 확인 요청사건은 총28건이다. 2014년 9건, 2015년 3건, 2016년 4건, 2017년 7건, 2018년(9월 기준) 5건에 이른다.

수십건이 노출됐음에도 제보자의 인적사항을 알려주거나 비밀보장을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에서 발생한 80대 치매 노인 폭행사건을 고발한 공익제보자 이명윤 씨는 "당시 병원 친했던 동료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회사에선 어떠한 일도 맡기지 않는 등 보복으로 인해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공익제보자들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시스템적 결함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상담 프로그램 도입과 공익제보자에 대해 보복행위를 한 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호루라기재단 관계자는 "공익제보자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상담 등 실질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고, 보복행위를 한 기관과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을 위해 각 기관, 사업체 별로 관련 교육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익제보자는 2차 보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물론 공익비리신고센터 등을 설치해 행정기관과 종사자간 소통창구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행정기관의 위·수탁 운영기관에 대한 체계적·실효적 관리감독을 위한 감사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한편 광주시와 시의회는 공익침해행위를 예방하고 공직신고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3년 '공익신고자 보호 조례'를 마련했다. 공익신고를 이유로 파면이나 해임, 해고 등의 신분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돼 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