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대한민국의 아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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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5·18은 대한민국의 아픔입니다"
●다큐멘터리 ‘석류꽃 필 때쯤’ ||17일 옛 전남도청 야외무대 상영 ||1980년 전주 민주화운동 담아 ||“암기 아닌 기억하는 5·18 돼야”
  • 입력 : 2021. 09.15(수) 17:52
  • 김해나 기자

1980년 5월 당시 전주의 민주화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석류꽃 필 때쯤' 포스터.

다큐멘터리 '석류꽃 필 때쯤'을 연출한 신혜빈씨, 촬영·편집을 담당한 박화연씨가 1980년 5월 당시 전북대학교 학생들을 만나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듣고 있다. 신혜빈씨 제공

"5·18민주화운동은 전두환 군부 독재를 저항하는 전국적인 흐름이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북의 민주화 열망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열린다.

다큐멘터리 '석류꽃 필 때쯤'은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주관으로 △연출 신혜빈 △촬영·편집 박화연 △출연·현장 해설 김향득 등이 참여했다.

오는 17일 옛 전남도청 앞 야외무대에서 상영된다.

다큐가 만들어진 사연은 특별하다. 김향득 작가는 지난해 5월, 열흘간의 항쟁 순례길에서 이번 다큐의 연출을 담당한 신혜빈 씨를 만났다.

순례길 현장 해설을 맡은 김 작가는 광주공원 유동운 열사의 추모비 인근 석류나무를 보며 "석류꽃이 필 때쯤 5·18이 일어났다"고 설명했고, 이는 신씨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

촬영·편집을 담당한 박화연씨와 신씨는 고민 끝에 다큐의 제목을 '석류꽃 필 때쯤'으로 결정했다.

신씨는 "'석류꽃이 필 때쯤 5·18이 일어났다'는 김 작가님의 말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석류꽃은 5~6월 사이에 피고 비가 오면 이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이 처량하다고 생각했다"며 "다큐에 출연한 이들이 겪은 시기도, 항쟁 당시도 석류꽃이 핀 5월이었다. 석류 열매가 핏빛인 것도 제목을 결정하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씨는 순례길 행사에 참여하며 '제대로 된' 5·18을 처음 접했다. 김 작가는 그에게 광주뿐만 아니라 전남 등 광주 밖 지역의 5·18에 대해 알렸다.

신씨는 5·18 당시 광주 밖에서도 광주의 진상을 알리고자 하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계엄령이 확대된 1980년 5월18일 전북대학교 이세종 열사가 첫 번째 희생자였다는 것을 인지한 뒤 5·18 당시 전라북도의 모습을 담기로 했다.

이 열사는 그해 5월18일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될 당시 '호남대학 총연합회'의 연락 책임자로서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계엄령 해제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였다. 계엄군이 학생회관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학생들에게 피할 것을 알리던 이 열사는 후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계엄군은 추락사라고 발표했지만 부검 소견은 추락 이전 상당한 구타가 있다는 것이었다.

신씨는 "5·18이 전국적인 항쟁으로 평가받았다면 '이 열사가 가장 첫 번째 희생자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며 다큐 제작 계기를 밝혔다.

이 열사를 접한 신씨는 5·18 당시 전주지역 희생자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북지역 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을 만나며 다큐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또 촬영·편집 담당 박화연씨가 영상에 예술적 감각을 더했다.

이 밖에도 다큐에는 항쟁 당시 '전두환 살륙작전' 유인물, 전주 신흥고등학교 학생들이 광주의 진상을 알리고자 만든 호소문 등 광주·전남 밖의 5·18이 담겼다.

5·18민주화운동은 광주에서만 있었던 항쟁이 아닌 전국의 항쟁이자 6월 항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5·18 전국화를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광주의 5·18'로 아는 이가 대부분이다.

신씨는 "작년 순례길 걷기 전까지 한 번도 5·18을 '기억'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암기했을 뿐이다.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당하신 많은 분을 만나며 5·18을 가슴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됐다"며 "'기억'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내가 만든 다큐가 누군가에게는 기억의 의미를 되새기는 촉매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와 신씨는 이번 다큐가 5·18 전국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랐다.

신씨는 "다큐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5·18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5·18은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이었다'라는 보편적이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생각으로 다큐 제작을 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광주에 돌멩이 하나를 던진 셈이다. 이후에는 전국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까지도 파고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 역시 "5·18은 광주에서 가장 크게 발생한 민주화운동이지만, 결국에는 전국적인 항쟁이었고 민주화를 염원하는 불꽃이었다는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며 "광주에서만 알고 기념하는 5·18이 아닌 전국의 5·18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다큐멘터리 '석류꽃 필 때쯤'을 연출한 신혜빈씨가 1980년 5월 당시 전북대학교 학생이었던 이세종 열사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신혜빈씨 제공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