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승현> 기본소득이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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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아침을 열며·이승현> 기본소득이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이승현 강진 백운동 원림 동주
  • 입력 : 2021. 09.15(수) 14:24
  • 편집에디터
이승현 강진 백운동 원림 동주


 귀촌해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보니 농어민의 삶은 참으로 팍팍하다. 환갑이 넘은 필자는 85세, 75세 연령의 마을 분들에게 농사도움도 받고 밥도 먹고,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친구처럼 지내지만 평생 농사를 지어온 어르신들은 고된 노동에 몸이 성치 못하고 이젠 조상 산소 벌초조차도 버겁다. 애써 지은 양파, 배추 등 농산물을 수확하지도 못하고 갈아엎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폭우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몽땅 잃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줄어 마을이 유지 될지 걱정이다. 동분서주 하지만 정부만 바라 봐야하는 농촌지역 지자체장들은 힘겹다.

 지난 몇 십년동안 농촌은 산업과 도시의 성장을 위한 인력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해왔고 도시에 두고 싶지 않은 오염시설, 풍력과 태양광을 수용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수출주도형 경제성장과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해 농어촌의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했다. 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5%, 농촌인구는 1980년에 비해 지금은 4배가 줄었고 65세 이상 고령자비율이 50%에 가깝다. 전남의 농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농업 정착 비율이 1%에 불과하다 하니 미래도 비관적이다. 기후위기, 식량위기, 농촌소멸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농촌은 마치 '도마 위에 오른 생선' 꼴이다.

 5천만 명이 100세를 살아가는 시대에 농업과 식품, 제약, 의료등 소위 생명산업의 발전, 농업혁명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 현재의 식품생산과 소비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현재보다 25%의 농지가 더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농업종사자들의 창의성이 요구되지만 근본적으로는 농업정책 전반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한 예산과 이상기후에 따른 냉해, 태풍, 가뭄 등 농업재해지원 예산을 늘려야 하는데 오히려 농업예산은 해마다 줄어 국가 전체예산 중 3%도 되지 않는다. 곳곳에 산재한 폐가를 정리하여 엣 마을을 가꾸면 생태적이고 가장 농촌다운 관광지가 될 것인데 농지를 갈아엎고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이나 태양광 설치에만 몰두 한다. 재난지역은 왜 호소를 해야만 선포하는지 모르겠다. 또 어떤 작물이 돈이 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 재배하고 생산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갈아엎는 투기식 농사가 반복되고 LH사태에서 보듯이 도시근교 농지는 투기꾼들이 점령했다. 토지가격이 폭등해도 그 토지를 임대해서 농사짓는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대농위주의 직불금으로 농민 간에도 빈부격차는 커져간다. 이런 문제들이 농민들을 힘들게 하고 시급한 해결이 요구되는 농업정책들이다. 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농촌기본소득의 도입이다. 농촌기본소득은 쇠락해 가는 농촌공동체를 살리고 생명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제고하자는 것이 목적이고 정부의 수출주도형 성장 정책이나 농산물 수입등으로 인한 농민의 고통을 보상해주자는 측면도 있다.

 지자체중 최초로 경기도가 올 하반기 농촌기본소득 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내 면단위 농촌지역을 선정해 해당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5년 동안 지급하는 안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에게만 주는 농민기본소득과는 다르게 농촌기본소득은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지급 한다. 단순히 십만 원, 이십만 원을 주는 복지서비스 차원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노동과 관계없이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삶의 기본적인 안정성 확보를 위해 소득, 연령, 직업 등의 제한 없이 무조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경기도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매우 아쉽다. 기본소득 실현의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을 텐데 아직 전남은 조용하다. 식량공급, 기후대응, 지역사회유지와 같은 근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공유자산으로서 농촌을 되살려야 한다. 최소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주민들의 실질소득이 늘어 안정되고 비농민 주민들의 귀속감을 늘리고 농촌으로의 인구유입을 늘릴 수 있다. 그 지역 지역화폐를 지급함으로써 지역 내 소득, 생산, 투자증가로 인한 경제성장은 물론 교육, 의료, 복지등 전반에 걸쳐 시너지가 일어나 농촌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열화상 카메라로 출입을 제한하고 냉난방은 물론 바이러스 차단 자외선 살균과 미세먼지 조절기능을 갖췄다. 인공지능 CC TV와 디지털 디스플레이, 무선충전기에 카페처럼 음악도 흘러나온다' 미국 CNN 방송이 공상과학세상 같다고 보도한 서울 성동구에 세워진 버스정류장 '스마트 쉼터' 얘기다. 농촌은 어떤가. 수많은 폐가들과 버스정류장엔 사람은 없고 거미만 집을 짓고 있다. 그나마 버스 노선조차 줄어들어 산간마을은 교통 고립 상황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미래가 농축된 농촌, 농업을 살리는 일을 나중으로 미룰 일이 아니다.

 고향이 그리워지는 추석, 농촌에 내려온 도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