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마주한 약자들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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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마주한 약자들의 고통
  • 입력 : 2021. 08.19(목) 15:56
  • 박상지 기자
당신이 아프면 우리도 아픕니다

이재호 | 이데아 | 1만8000원

코로나 시대, 사회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음지를 맴돌았던 사람들 다수에게 두려움의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들의 고단한 '삶' 자체였다. 발달한 과학기술은 실시간으로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우리 앞에 감염환자 통계를 보여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의 민낯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재난은 불평등하다"라는 명제는 코로나를 마주한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언택트 노동'으로 인해 세상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바뀌었으며, 마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것처럼 이야기되곤 했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2020년 노동 보건 단체인 '일과 건강'이 택배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평균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주당 평균 71.3시간을 일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무색할 정도이다. 모두가 정부 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를 두는 동안 택배노동자는 71.3시간을 일하며 누군가의 거리를 좁히다 다치거나 과로로 인해 심지어 목숨을 잃었다고 책은 전한다.

코로나로 인해 성불평등의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대표적인 것은 실업이다. 2020년 5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 102만 명이 실직했다. 실직자 중 여성이 62만 명으로 남성보다 1.5배 일자리를 잃었다. 고용노동부가 지급한 돌봄 비용을 통해 여성의 62%, 남성의 38%가 돌봄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의 충격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일자리를 더 잃었으며 가족의 돌봄도 훨씬 더 챙겨야만 했던 것이다. 기억하다시피 코로나 1차 대유행 당시 정부는 마스크 쓰기에 사활을 걸었다. 정부가 사재기를 단속했으며 급기야 '공적' 마스크를 도입해 통제했지만, 한동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긴 줄을 서야 했다. 그러나 그 줄에 설 수 없었던 사람들도 존재했다. 해외에선 온 미등록 체류자 39만 4천여 명, 단기 체류자 67만 명, 유학생 10만 명이 그들이었다. 이들에게 '공적'의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보다는 "한국인도 쓸 마스크도 없는데 외국인까지 챙겨야 하나."라는 냉소가 넘쳤다.

이 책은 비단 코로나로 '고통받은 사람들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슬기롭지 않은 의사들'로 요약되는 의사협회와 전공의 파업, 위태로운 공공의료와 간호사들의 환경, 모두가 경악한 종교가 정치와 만났을 때 벌어진 일들,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 틈을 파고든 미신과 각종 가짜 뉴스들, 백신을 둘러싼 논쟁 등 이 책의 부제 '코로나와 마주한 한국 사회의 민낯'을 차가운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