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변호사가 제시하는 강제동원 문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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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변호사가 제시하는 강제동원 문제 해법
  • 입력 : 2021. 08.19(목) 15:56
  • 박상지 기자

홋가이도 탄광에 동원된 한국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제공

강제징용자의 질문

우치다 마사토시 | 한겨레출판사 | 1만7000원

한국인 강제징용자 문제에 관한 일본 측 입장의 오류와 피해자 인권 회복에 관해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강제징용자의 질문'이 출간됐다.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불리며 일제 식민잔재 청산과 전쟁 책임을 위해 끊임없이 행동하는 변호사 우치다 마사토시가 쓴 책이다. 저자는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과 청구권협정은 애초에 재검토돼야 할 협정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 일본 정부도 인정한 것처럼 한일 청구권협정 내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에 관한 조약은 국가 간의 '외교보호권 포기'에 관한 내용이었을 뿐이며, 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살아있는 권리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이 여타의 강제동원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은 일본이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 해결 방식을 한국의 강제징용자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는 '중국 강제동원 피해 해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변론 당사자이며, 자신의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1부에서는 2021년 6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무효 판결에 대한 문제점과 1965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과 한일 청구권협정의 오류에 관한 근거를 낱낱이 파헤친다. 한일협정에 나와 있는 내용 또한 정부의 '외교보호권'의 포기이지 개인의 청구권 포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일본 정부 또한 그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2부에서는 중국인 강제연행·강제동원 피해의 역사를 돌아보고 일본 기업이 중국인 강제징용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나오카 화해(2000년), 히로시마 야쓰노 화해(2009년), 미쓰비시 머티리얼 화해(2016년)를 통해 상세히 전달한다. 3부에서는 한국인 강제징용자 문제해결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청구권협정의 수정과 보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전후의 국제 정세를 교묘하게 이용해 본래는 졌어야 할 전쟁 배상 의무와 식민지배 배상 의무를 모면해왔다. 이와 다르게 독일은 강제노동을 시킨 다임러-벤츠, 폭스바겐 등의 기업에 '기억·책임·미래 기금'을 설립해, 2007년 나치 시대에 강제 연행·노동을 당한 150만 명가량의 사람들에게 보상 소임을 마쳤다. 한국 정부도 강제징용자 문제를 독일형 기금 형태로 풀어나갈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본은 강제징용의 역사 자체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저자는 독일이라는 나라가 가해의 역사를 계속 마주함으로써 유럽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일본 또한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이 중국에 대해서는 잘못된 침략전쟁을 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식민지배의 역사가 잘못됐다는 공통인식이 없다고 말한다. 또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관해서도 일본 정부 역시 한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강제징용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유효하다고 해석하지만 이를 밝히지 않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일 간 합의의 출발점은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피해자들의 마음에 충분히 와 닿도록 실질적인 배상 책임을 지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역사를 바로잡는 오랜 싸움은 피해자뿐 아니라 일본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다시 한번 일본 정부가 진심어린 사죄와 실질적인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하시마섬 한국인 강제동원 노동자들. 책 발췌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