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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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광주 남구의 뚝심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1. 08.10(화) 15:18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광주 남구청사 앞에 한반도기가 펄럭일 예정이다.

76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남북간 통신연락선 복구 등 남북 관계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일주일간 한반도기를 게양한다는 것이다.

뜬금없는 웬 한반도기냐고 혹자는 물을 수 있겠다. 필자도 처음엔 "왜?"라고 반문했다.

잠시 한반도기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국기 게양대에 내걸리는 한반도기는 지난 1989년 12월 남북 체육회담에서 합의됐다.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형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고,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하늘색 바탕의 작은 섬으로 표시했다. 그렇다. 바로 독도다. 남구가 한반도기를 건 이유가 말이다.

남구청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한반도기 게양은 남구의회에서 제안했다고 한다.

최근 폐막한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를 일본의 국토로 표기한데 대한 항의 차원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지구촌 축제이기 때문에 참았지만, 이제 끝났고 광복절도 맞이했으니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남구의회는 앞서 제278회 제1차 임시회에서 '독도표기 규탄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의회니까 이렇게 주장할 수는 있다. 행정부처럼 눈치 볼 일이 좀 덜하지 않는가. 하지만 남구로서는 한반도기가 공식적인 국기도 아니고 광복절에 굳이 걸어야 할 이유도 없다.

한반도기는 주로 남북 평화‧화해 분위기 확산 및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할 때 게양하는데 지방자치 단체에서 게양한 것은 7번 정도다.

다시 말해 구청으로서는 거는 것은 법으로 문제가 될 것 없지만 걸어야 할 의무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의회'에 '그 청장'이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독도 뿐만 아니라 최근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복구되는 등 남북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한반도기에는 남북 평화와 화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첨언했다.

독도에 남북 관계 변화를 더 얹어서 한반도기를 게양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남구의 한반도기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나부끼게 된다.

행사는 12일 오전 10시에 치러지는데 김 청장을 비롯해 남구의회 의원, 6‧15남북공동실천위원회 김정길 상임대표 등 남구 남북교류협력위원이 참석한다.

통일과 관련된 광주 남구의 묵직한 행보는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아시아문화전당 전시관에서는 '남북 합의 이행을 염원하는 남북 미술·사진전, 약속'이라는 전시가 열렸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앞서 수원에서 첫 번째로 열렸다. 해당 전시에는 북측 평양미술대학교 교수들의 작품 10점이 걸려 있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북한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인데다 북한 미술기관 중 최고 권위를 가진 평양미술대학교 소속 강훈영, 정현일, 박동걸 교수의 작품들이어서 전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봐왔던 북한의 미술과 결이 다른 서정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한라산과 백록담 등을 그린 우리나라 작가 유수·임옥상·전영경·정정엽 등의 작품도 같이 걸려 남북이 그림으로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전시에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청와대에 전달한 기념품 등도 진열돼 있었고 남북정상이 악수하는 모습을 자수로 표현한 작품, 거북선 목공예 등 역시 같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전시는 광주광역시와 광주 남구, 전국 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후일담이지만 이 전시회가 광주로 온 것은 김 청장의 역할이 컸다.

김 청장은 전국 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의 사무국장이다. 이 협의회는 전국 38개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됐는데 지난 6월21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청장은 토론회 후 북측에 남북 합의 사항의 이행을 바라는 '남북 미술 전시회 개최'를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정상간 합의 사항이 조속히 이행되기를 바라는 의지를 담아 남북 대표 작품을 수원시를 비롯해 광주 남구 등에서 전시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시는 광주에 이어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린 뒤 오는 9월께 평양 개최도 추진 중이다.

김 청장의 통일에 대한 행보는 그의 구청장 출발점부터 시작됐다. 민선 7기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남북교류협력팀을 신설하면서부터였다. 이를 바탕으로 김 청장은 통일부 산하 비영리 법인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 연계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채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비난도 있었다. 보수단체와 일부 언론은 "세금 들여 북한 미술품을 샀다"고 비난했다. 또 북미회담 결렬 이후에는 통일이라는 단어, 북한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시류와 상관없이 그저 자기가 목표한 바대로 일을 한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통일분야는 그러해 보인다)

50살도 안된 젊은 청장이 보여주는 통일을 향한 이 '뚝심'!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러니 그의 묵직한 걸음이 남북관계를 위해 또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것은 지역의 한 일원으로서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