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소통 막는 일부 시민단체의 경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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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동체 소통 막는 일부 시민단체의 경직성
최황지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1. 08.03(화) 16:40
  • 최황지 기자
최황지 정치부 기자
"아직 여론이 형성되지도 않았잖아요. 정치적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아닙니까?"

지난달 29일, 광주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를 놓고 찬반 기자회견이 같은날 시간차를 두고 열렸다. 복합쇼핑몰 유치를 반대하는 소상공인 시민단체 지도부 중 한 분이 복합쇼핑몰 유치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복합 쇼핑몰 유치를 원하는 광주 시민은 없다, 유치를 찬성하는 쪽이 과반을 넘은 어느 언론사의 설문조사는 오류다, 복합쇼핑몰 유치를 원하는 단체들은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이다라며 강하게 주장했다.

같은 날 복합쇼핑몰 유치를 원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실제로 정치적인 인물이 등장하긴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가 참석했고, 보수 성향의 중앙지를 통해 이름이 알려진 배훈천씨도 시민단체 대표로서 참석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선 평범한 대학생들도 스피커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보수적 인물이 다수라서 "복합쇼핑몰을 유치하자"는 여론이 민생과 동떨어진 의견일 뿐일까.

실제로 그렇진 않아 보인다. 코스트코, 이케아,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할인매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대전까지 '원정 코스트코 여행'을 떠나는 주변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광주로 이사온 이주자들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고 싶은 광주시민들은 없다며 '귀를 닫은' 단체와 인터뷰를 하며 불연듯 '맥쿼리 기자회견 무산 사건'이 떠올랐다. 광주시와 악연이 있는 맥쿼리가 광주 전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해양에너지를 인수하자 지역에선 반발감이 컸는데 이를 의식한 듯 맥쿼리가 대표이사를 대동해 기자간담회를 하겠다며 광주를 찾아왔다.

투자회사가 공공재를 인수한 것에 안전조치가 있는지 설명을 듣기 위해 준비된 기자회견은 결국 무산됐다. 고성과 막말로 기자회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시민단체 때문이었다. 이날 시민단체는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맥쿼리 해양에너지 인수를 돕고 있다며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듯한 음모를 쏟아냈다. 대화는 없었던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 기자회견장이었다.

시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정치 참여는 집회와 시위 참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관점을 제시하고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의 경직성은 대화와 타협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민단체가 많아지길, 그럼으로써 대화와 토론의 장이 풍요로워지는 광주가 되길 기대한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