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산줄기따라 펼쳐진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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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산줄기따라 펼쳐진 사람이야기
  • 입력 : 2021. 07.29(목) 15:56
  • 박상지 기자

해남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단독 종주한 나종대씨. 저자 제공

땅통종주

나종대 | 한솜미디어 | 1만6000원

해남 땅끝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산줄기를 '땅통'이라 명명한 첫 완주자가 탄생했다. '땅통종주'를 펴낸 나종대 씨가 주인공이다. 책을 펼치면 그가 밟고 지나간 산줄기를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롯이 발품 팔아 쓴 종주 흔적이다. 그와 함께 산줄기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글과 사진이 생생하다.

신간 '땅통종주' 저자 나종대 씨는 어린 시절부터 지도 보기와 독서를 좋아했고, 한 권의 책을 내겠다는 꿈을 가졌다. 책 출간을 위해 백두대간을 홀로 종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펴내는 게 그리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더 부단히 노력했다. 이번엔 '백두에서 지리'를 아우르는 해남 땅끝에서 함북 온성까지 '삼천리금수강산' 종주를 계획했다. 그러나 분단국가임을 감안해서 시작은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이름하여 땅통종주였다. 무려 1350㎞ 대장정이다.

전체 65구간을 약 2년에 걸쳐 20여 번의 산행으로 완주했다. 하루 평균 20여㎞를 걷는데, 때때로 4~5일간 추위와 어둠을 헤치고 100㎞가 넘는 산행을 강행하기도 했다. 완주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했다. 벌집을 건들이기도, 멧돼지와 만나기도, 맹견에 쫓기기도 했다. 그렇게 이 책은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두 번의 봄, 여름, 가을과 한 번의 겨울을 품고 태어났다.

홀로 산행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청취하기도 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이솝 우화'까지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하루 종일 그의 동료가 되었고, 가슴에 문학에 대한 파고를 일으켰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땅통종주는 한 마디로 산과 책, 라디오가 함께하는 여정이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땅끝에서 백두대간 영취산까지', '지리산에서 이화령까지', '이화령에서 통일전망대까지'다. 여기에 어렵게 이룬 네 가지 버킷리스트 경험담과 후기도 추가돼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었던 나종대 씨는 '산악작가'라는 제2의 인생계획을 세우고 땅통종주를 계획했다고 한다. 10여 년의 산행과 두 번의 백두대간 종주 경험이 있던 그는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자 한국사 시험 1급에 합격했고, 수많은 고전과 인문학 서적을 읽었다. 평생의 꿈이었던 책 출간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월간지에 19개월 동안 기사를 연재해서 책으로 엮어냈다. 책 전반에 걸쳐 '어떻게 종주해야 하나?' 하는 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땅통종주'는 단순한 종주산행 가이드 책자가 아니다. 산줄기와 산자락 주변의 인문과 지리는 덤이다. 저자가 제15구간 강천산 구역을 지날 때 '산경표' 저자 여암 신경준 선생의 생가에 들러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신경준 선생이 족보 형태로 만든 '산경표'에 의해 우리는 물을 건너지 않고 전 국토를 등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 동학혁명 발상지 정읍의 산을 지날 때는 '실록 동학농민 혁명사'를 읽으며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걸었다. 게다가 이 책에는 두 해 동안 땅통종주하며 만났던 많은 사람들 얘기가 깃들어 있다.

함께 산행하거나 산에서 만난 사람들, 땅통종주를 응원해 준 친구들과 가족, 특히 부인과 새로 태어난 손자까지, 휴머니즘이 책 전반에 가득하다. 저자는 '땅통종주'가 앞으로 하나의 붐이 되고 뒤따를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온성까지 가겠다는 큰 꿈도 품고 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