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 영미" …강영미 은빛 찌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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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잘 싸웠다, 영미" …강영미 은빛 찌르기
한국 펜싱 여자에페팀 값진 은||결승서 에스토니아에 32-36 석패||서구청 감독ㆍ선수들 감격의 눈시울||"금 놓쳐 아쉽지만 자랑스럽고 기뻐"
  • 입력 : 2021. 07.28(수) 16:39
  • 최동환 기자

'광주 펜싱 여자 에페 베테랑' 강영미(36·광주 서구청)가 5년 만에 올림픽 한을 풀었다. 2016년 리우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강영미는 2020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영미·송세라(28·부산시청)·최인정(31·계룡시청)·이혜인(26·강원도청)으로 이뤄진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 27일 오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32-36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펜싱 단체전 사상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여자 대표팀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첫 은메달을 따낸 뒤 이번 도쿄 대회에서 9년 만에 두 번째 은메달을 품에 안았다.

여자 에페 대표팀 맏언니인 강영미는 단체전 준우승에 힘을 보태며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손에 쥐었다. 태극마크를 단지 13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다. 광주·전남 태극전사로서는 여자 양궁 안산(20·광주여대)의 금메달 2개에 이어 세 번째 메달 획득이다.

인천 만수여중 1학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처음 칼을 잡은 강영미는 서른 살 넘어서 활짝 핀 '늦깎이' 선수다.

그는 대학 시절 전국선수권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유망주로 꼽혔지만 20대까지는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개인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강영미는 국제종합대회 생애 첫 출전인 2016 리우올림픽에선 16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서른 셋이 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며 세계펜싱연맹(FIE) 세계 2위까지 올라가는 등 기량이 만개했다. 이후에도 201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동메달·단체전 금메달, 2020년 바르셀로나 월드컵 개인전 동메달·단체전 금메달, 2021년 러시아 카잔 월드컵 개인전 동메달 등의 성적을 거뒀다.

만 36세인 강영미는 여자 운동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다. 당초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려 했으나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은퇴와 출산을 미루고 이번 올림픽 준비에 올인했다.

세계 8위인 강영미는 개인전 메달을 기대했으나 지난 24일 32강전에서 세계 44위 사토 노조미(일본)에 14-15로 석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단체전에선 3명의 동생들과 단단한 팀 워크를 다지며 값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에페 단체전 결승이 열린 지난 27일 염주동 숙소에서 TV를 보며 응원전을 펼친 광주 서구청 펜싱팀 박광현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강영미의 단체전 은메달 획득을 자랑스러워했다.

박광현 감독은 "금메달을 놓쳐 아쉽지만 세계 1위 중국을 꺾어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게 돼 값진 은메달이다"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준 영미가 자랑스럽고 고마을 뿐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에페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인 최은숙(36) 선수는 "맏언니로 게임을 잘 리드하고 침착하게 풀어나간 내 친구 영미가 대견하다. 내가 딴 것보다 더 기쁘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훈련하느라 고생 많았고 돌아오면 팀원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기쁨을 나눌 것이다"고 말했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 펜싱 에페 단체전 결승이 열린 27일 오후 광주 서구청 여자 에페선수들이 염주동 숙소에서 TV를 지켜보며 팀 동료인 강영미를 응원하고 있다. 광주 서구청 펜싱팀 제공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