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한 피해 보상은커녕 관계기관 책임 회피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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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조속한 피해 보상은커녕 관계기관 책임 회피 급급"
구례 수해피해 주민 용역보고회 ||“홍수조절용량 부족·관리 부실” ||“수해 원인 제공 주체없어” 질타|| “국가 책임” 배·보상 지연 불가피
  • 입력 : 2021. 07.26(월) 17:28
  • 김진영 기자
지난 22일 구례군민들이 구례읍사무소 다목적회의실에서 2020 섬진강 수해 환경분쟁조정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31일까지 접수가 진행된다. 구례군 제공
"해가 넘도록 수해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분통이 터질 노릇인데 관계기관들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실정입니다. 원인 규명 없는 피해 보상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26일 열린 '2020년 섬진강댐 하류 수해 원인 조사용역 최종보고회' 발표 현장에서 주민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속한 피해 보상은커녕 관계기관의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정부 책임이 있는 만큼 배·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피해보상까지 9개월 가량의 복잡한 절차도 남아 있어 수해피해 주민들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 책임자·원인 빠진 정부 조사

지역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정부가 이날 발표한 수해 원인 용역조사 결과다.

앞서 중간발표 당시에는 댐 운영 문제 등으로 인한 인재의 성격이 있다는 주민들의 요구를 상당히 담고 있어 결과 발표에 따라 지지부진한 배·보상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달랐다. 섬진강댐 하류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는 "수해 원인이 댐의 홍수조절용량 부족과 하천 관리 부실 때문이며 급격한 댐 방류량 확대는 규정에 벗어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수해 원인 제공 주체에 대한 명확한 결론 역시 빠졌다.

주민들은 "최종 용역보고서는 특정 기관이나 사람의 과실은 없고 기존 시스템이 문제라는 식"이라며 "중간보고서와 달리 주요 원인이 빠진 채 막연한 복합요인으로 표기하고 책임 주체에 대해 직·간접적 원인 제공으로 기술한 맹탕 보고서"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동안 중간조사보다 한 발 더 진척된 최종 결과를 기대하며 환경부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 절차를 착수했다"며 "그러나 더는 국가를 믿고 배·보상 요구를 할 수 없다고 보고 국가를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 "조속한 배·보상 이뤄질 것"

환경부는 최종보고회 결과가 주민들의 배·보상 문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명확한 책임 주체는 없으나 "국가는 기술적·사회적·재정적 제약 등으로 인한 운영·관리의 한계는 있으나 홍수피해의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고서의 핵심은 구례 수해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향후 배·보상 산정 과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배·보상 지연 문제 역시 "최대한 빠른 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수재민들이 가장 빠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환경분쟁조정제도를 거치고 있으며 9개월 이내 배·보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이 피해배상을 통해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상 멈춰셨는데…갈길 먼 보상절차

김창승(62) 섬진강수해극복 구례군민대책본부 상임대표는 "조속한 원인 규명과 배상이 이뤄져야 함에도 벌써 1년의 시간이 다 가버렸다"며 "구례 지역민들의 삶은 2020년에 멈춰섰다"고 말했다.

김창승 대표는 "지난해 수해로 주민들의 모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었다"며 "쥐꼬리만한 재난지원금으로 삶을 되찾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수해 당시 당장이라도 보상이 이뤄질 것처럼 하더니 원인조사를 하고 또 피해보상 절차를 진행한다고 한다. 올해안에 보상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며 "정부는 농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빠른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해 8월초 구례읍은 섬진강 범람으로 인명 피해 2명을 비롯해 공공부문 654억원, 민간부문 1153억원 등 1807억원의 재산피해가 집계됐다.

갑작스런 홍수로 완파된 집이 37동, 반파 5동의 피해가 나는 등 114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