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대형참사 트레일러, 적재량 늘리려 불법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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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여수 대형참사 트레일러, 적재량 늘리려 불법개조
경찰 조사서 운전자 진술 ||영상 속 고박 차량도 쉽게 풀려 ||화물차 사고 치사율 크게 높아
  • 입력 : 2021. 07.21(수) 16:31
  • 양가람 기자
20일 오전 전남 여수시 서교동 한재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차량 탑송 트레일러가 보행자 10여 명을 들이받아 소방당국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여수소방서 제공
지난 20일 여수에서 대형 충돌사고로 19명의 사상자를 낸 차량 운반 트레일러가 불법 개조된 정황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개조 차량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며 단속 강화를 요구했다.

● 트레일러 불법 개조 확인… 피해 키워

21일 여수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한재사거리에서 승용차 등 5대를 싣고 있던 트레일러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10여명과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12대를 들이받아 3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트레일러 충돌 사고 당시 운전석 위에 실린 검은색 승용차 1대가 행인이 지나던 차로에 떨어지는 장면이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확인되면서 차량 고박(화물고정) 부실 의혹이 불거졌다.

영상 속에는 트레일러가 앞 차를 들이받는 순간 검은색 승용차의 앞바퀴가 들리면서 고박이 풀리는 듯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트레일러 운전자 A씨는 "내리막길에서 우회전을 하기 위해 내려오다가 제동장치가 작동이 안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물 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트럭의 앞뒤 부분을 늘리는 식으로 불법 개조를 했다"고 진술했다.

여수경찰은 교통안전공단에 불법개조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부실 고박 및 과적에 대한 조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 중이다. 경찰은 차량 내 브레이크 파열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펼치고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불법 개조 차량 단속·엄벌 필요

이번 대형사고는 차량 불법 개조 등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다.

트레일러 차량은 톤수에 따라 실을 수 있는 차량의 수가 달라진다. 5톤 크기의 트레일러는 총 3대의 차량을 운반할 수 있지만, 불법 개조된 트레일러에는 2~3대를 더 실을 수 있다. 이번 사고의 트레일러 차량(5.3톤 트럭) 역시 완성차 5대를 적재, 그 중 1대가 추락한 점을 미뤄 과적을 위해 불법 개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불법 개조 차량은 다른 차량보다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적재 불량(불법 개조)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28.5%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2배에 달한다. 지난해 일반 화물차 교통사고 치사율이 3.1%인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적재불량에 의한 낙하물 교통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과 함께 12대 중과실에 속한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도로 위 낙하물로 인한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낙하물 사고는 2016년 46건, 2017년 43건, 2018년 40건, 2019년 40건으로 매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낙하물 사고의 주원인인 적재 불량 단속 적발 건수는 2016년 7만2120건에서 2019년 8만352건으로 11%가량 증가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단속원의 '2020년 자동차안전단속 결과'를 살펴보면, 광주의 불법개조는 33건(물품적재장치 임의 변경 25건), 전남의 불법개조는 80건(물품적재장치 임의 변경 35건)이었다.

전남경찰은 올해 상반기에만 불법 개조 화물차 단속을 통해 9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불법 개조 화물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신고와 계도로 이뤄지는 적재 불량 단속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적재물 낙하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화물차량 박스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범칙금 4∼5만원 수준인 벌칙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