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의 동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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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누구와의 동행일까
김은지 경제부 기자
  • 입력 : 2021. 07.14(수) 16:00
  • 김은지 기자
김은지 경제부 기자
정부는 지난 11일까지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경제를 살리기 위해 '20201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진행했다.

동행세일은 대형 유통업체부터 제조업체,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전국 단위로 진행되는 대규모 할인·판촉행사다.

이번 동행세일에 참여한 유통업계에서는 보복 소비의 효과로 행사기간 동안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란 기대가 컸고, 실제로 광주지역 한 대형 유통업체의 동행세일 기간(6월24일~7월11일)동안 오프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0% 이상 상승했다.

중기부는 전체 행사 기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비대면 판매 실적을 올렸다며 코로나 사태 극복과 내수 진작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동행세일이라는 이름과 달리 '동행'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행사였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동행세일 기간 중 찾았던 남광주시장과 양동시장은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올해 동행세일의 주력 지원 대상이 전통시장이었음에도 행사 기간인 것조차도 모르는 상인들이 부지기수였다.

전통시장이 취약한 온라인 판매를 돕기 위해 마련된 정책마저 실효성이 부족해 참여 시장은 물론, 점포 수도 극소수에 그쳤다.

남광주시장의 한 상인은 "동행세일 기간과 장마가 겹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애시당초 손님들 중 동행세일이라는 이유로 시장을 찾는 손님은 아예 없다"며 "어떤 상점들은 온라인으로 판촉도 한다던데 시장 상인들 중엔 스마트폰도 어떻게 다루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특히 사업 규모가 작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기 힘들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 대형유통업체가 내놓은 할인율을 적용하면 팔아도 손해를 볼 정도다.

이제는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무조건적 할인행사가 아닌 각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갖춰진 지원이 필요한 때다. 단발적 행사로 만들어진, 소외계층은 철저히 외면된 판매 실적보다는 각 시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장기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같이 길을 가는 이들이 누구인지, 어디로 향하는지. 진정한 '동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