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선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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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0선 전성시대
  • 입력 : 2021. 07.14(수) 12:40
  • 홍성장 기자

'0선의 전성시대'다. 소위 '뜨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정치인들 이야기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 등 선출직 단체장 출신이기는 하지만 단 한 번도 국회에 입성한 적이 없다. 현재까지 야권 유력인사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직을 내려놓은 지 얼마 안 된 '정치 준비생'이다. 야권의 잠룡으로 주목받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 초년생'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이준석 대표는 10년째 '정치판'에 있지만 그 역시 '0선'이다. 그는 기라성같은 다선의 경쟁자를 제치고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30대 야당 대표가 됐다.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믄 '0선 신드롬'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4년마다 국민이 직접 그들을 선택해 국회로 보냈다. 그만큼 '다선'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영광'의 꼬리표다. 그런데 현실은 암담하다. 이상하게도 똑똑하고 유능했던 이들이 국회만 들어가면 '이상한' 정치인이 돼버리는 '이상한' 느낌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국회의원 5선 했다고 그러면 20년 동안 놀고먹었다는 게 깔려 있는' 안타까운 현실 인식의 결과물인 셈이다. '비정상'적인, 정치가 '비정상'이 된, 정치가 실종된 현실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에 대한 쇄신 요구가 배경이란 분석이 쏟아진다. 국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탓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0선의 전성시대'는 '새로움'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대변하는 시대현상이라는 이들도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움이 곧 희망과 직결되진 않는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수없이 경험했던 현실이다. 의회정치 경험이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포퓰리즘을 부추기면서 자멸하는 것을 지켜봤다. 선거 때마다 새바람이 불었지만 대중의 정치 효능감은 낮았던 것 역시 우리가 겪었던 현실이다.

결국 진정성 있는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이 바라고 여망하는 성숙하고 진정성 있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이다.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편 가르기와 대결을 거듭하는 기성 정치판을 '확' 바꾸고,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게 할 정치개혁이 절실하다. '0선의 전성시대'가 던지는 시대적 화두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