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볼트'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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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시드볼트' 사진전
  • 입력 : 2021. 07.06(화) 14:45
  • 이용규 기자
성경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의하면 하나님은 물로 세상을 심판할 계획을 세우고, 노아에게 방주 제작을 명령한다. 노아와 그의 세 아들이 긴 세월에 걸쳐 완성한 방주는 길이 약 135m, 폭 약 23m, 높이는 약 14m 3층 목선이었다. 하나님은 노아에게 △그의 식구△짐승(일곱 쌍, 부정한 짐승 한 쌍)△ 공중의 새(일곱쌍)△모든 식물을 이 방주에 들이라고 명령했다. 40일간 계속된 호우로 방주는 아라라트(아르메니아 방면의 북방 지역) 산에 도착했다. 노아는 땅의 상황을 파악코자 밖으로 내보낸 비둘기가 어린 올리브 잎을 입에 물고 돌아오자, 방주에서 나왔다.

경북 봉화 문수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한국판 노아의 방주'가 있다. 종자 모양을 형상화한 건물의 지하 터널을 따라 들어가면 시드볼트가 자리잡고 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의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저장고와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인 유일한 종자 저장고이다.

봉화 시드볼트는 산림청이 지난 2015년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전쟁 및 핵폭발과 같은 지구대재앙 등으로부터 주요 식물의 멸종을 막고 유전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세운 야생식물 종자 저장 시설이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전세계 기관과 개인들이 기탁한 239과 1493속 4751종 9만5,395점의 종자가 저장됐다.

지난 2019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를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시설 규모와 운영 시스템에 적잖이 놀란 기억을 갖고 있다. 홍보전시관의 지하 46m에 자리잡은 시드볼트는 두께 60cm 강화 콘크리트와 3중 철판 구조로 설계돼 외부 기후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규모 6.9의 지진도 견뎌낼 수 있고, 전력 공급 중단에 대비한 자가발전기를 갖추고 있다. 영하 20°C, 상대습도(RH) 40%로 유지하는 항온항습 시스템이 365일 작동된다.

전남농업박물관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농업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7월 한 달간 '백두대간 자생씨앗 아름다움에 반하다'라는 주제로 시드 볼트(Seed Vault) Art-SEM 사진 특별전을 마련한다. 이번 특별전에선 3차원 영상을 최대 30만 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촬영한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얼레지, 미치광이풀, 짚신나물, 쑥부쟁이, 큰두루미꽃, 털중나리 등 다양한 씨앗과 꽃가루 사진 50여 점이 선보인다.

종자는 식물의 반도체로 여길 만큼 전세계에서 종자 전쟁이 한창이다. 시드볼트는 우리 땅의 소중한 식물 자원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장엄한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미래를 품고 있는 종자 보전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