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김영집> 안전은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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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김영집> 안전은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김영집 광주과학기술원 대외부총장
  • 입력 : 2021. 06.23(수) 13:09
  • 편집에디터
김영집 광주과학기술원 대외부총장
지난 6월 9일은 5·18을 잊지 못하는 도시 광주에서 다시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세상에 재난 사고가 줄을 이을 정도로 많았지만, 광주에서 그런 사고가 있을 줄이야.

광주가 온통 재개발일 때 자본이 만들 위험을 눈치챘어야 했다. 신기루 같은 건설도시는 부패와 재앙을 한편에 담고 있는지 사람들은 눈감았다.

사고 후 내가 만난 사람들은 사고 위치나 상황이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황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건설 현장을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도시인들이 이제 여차하면 나도 깔려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했다.

광주 5·18 진도 세월호에 이은 6·9 학동 건물 붕괴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끔찍한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사고 직후 시와 구청이 나서 사고수습을 하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중앙정부가 현장에 출동하여 사고 대책을 세우는 뉴스가 줄을 이었다. 여야를 넘어 많은 정치인들의 방문과 추모 행렬도 계속됐다. 이들이 남긴 목소리는 모두 하나같이 '안전불감증' '인재 사고' '관리 감독 소홀' '건설업의 불법하도급 관행' 등이었다. 광주시와 구청 행정 책임을 꾸짖고 질타하기도 했다. 경찰도 사고의 진실과 책임 규명을 위한 수사를 계속하는 중이다.

마땅한 소리고 적절한 지적이고 때맞춘 대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똑같은 노래를 지루하게 반복하는 스테레오 같은 느낌만 든다. 누군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어느 정치인은 현장을 샅샅이 조사하여 대책과 대안을 세우지 않을까, 무소불위같던 검찰 정도가 나타나 신속하게 수사하고 지금쯤 책임자 정도는 구속하지 않을까 여러 날 지켜보았지만, 재난 때마다 보는 관행적인 뻔한 대응은 왜 저렇게 식상할까.

누구에게 책임을 묻거나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하길 기대한다. 행정안전부와 검찰의 합동 대책반 정도가 현장에 꾸려져 신속하게 사고원인과 책임, 대책을 추진했으면 한다.

광주시와 시의회 구청이 합동으로 대책본부를 구성해 피해자 지원과 시민 트라우마 심리지원, 안전 종합점검과 실질적인 대책 수립, 행의정지원에 총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에 안전 담당 공무책임자는 안전전문가를 발탁해 특별시행을 해 보기 바란다.

또 광주시 시, 구청과 기관 기업 학교 각 단체들이 모두 나서 우리 주변에 위험이 없는가, 재난 대비가 되어 있는가, 고쳐야 할 것은 없는가를 함께 점검하고 고쳐 나가는 캠페인을 했으면 한다.

건설 도로 공장 화재 수재 식품 환경 해킹 등 수많은 재난 재해에 대한 안전기관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네트웍을 즉시 만들어 현재의 안전 문제를 진단하고 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지난해 10월 광주과학기술원과 광주시는 재난안전 기술개발을 통해 재난·안전·사고·예방 등 당면 사회문제 해결 및 안심 사회를 구축하고자 재난안전 산·학·연·관 전문가가 참여하여 '시민안전산업협의회'를 발족했다. 이런 기구가 적극적으로 가동되어 온 힘을 모아 재난대응 기술개발과 현장 접목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재난감지 센서 장치만 현장과 정류소에 배치했어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불감증이라지만 안전대책도 불감증이지 말아야 한다. 재난 대책도 방역 대책도 모든 안전대책은 정치가 아닌 과학이어야 한다. 조사는 신속하고 책임은 엄중해야 한다. 관청의 대책을 넘어 시민참여를 통한 안전대책이 요구된다. 안전은 지금 최대의 현안이고 과제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추모와 위로 드린다. 책임을 달게 받으며 사고수습을 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구청장과 봉사자들 많은 관계자들의 수고에 감사드린다. 힘내시라.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