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담긴 기업 사회공헌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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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진심' 담긴 기업 사회공헌활동
곽지혜 경제부 기자
  • 입력 : 2021. 06.14(월) 12:54
  • 곽지혜 기자
곽지혜 경제부 기자
"좀 그렇게 크면 어때서요."

보호종료 청소년을 소재로 한 영화 '아이'에서 술집에서 일하는 영채가 '이렇게 키우는 게 아이에게 좋을까'라고 자책하자, 만 18세가 지나 양육시설에서 나온 '아영'이 이렇게 반문한다. 좀 그렇게 크면 어때서요.

세상에 나와 부모의 손길과 도움 없이 양육시설이나 위탁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좀처럼 잔인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 잔인함은 태어난 순간으로 충분하다.

'아영'의 말처럼 좀 그렇게 크면 어떤가. 그 아이들도 잘 자라 사회구성원으로 꿈을 이루고, 삶을 꾸려나갈 권리와 자격이 있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불쌍하다는 동정도, 그래서 뭔가 불편하다는 선입견도 필요 없다. 우리는 그들이 사회에서 분리되지 않도록 안전한 주거지와 떳떳이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도울 교육을 제공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지난 4월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4년간 보호종료 조치된 청소년 수는 1만2831명이다.

매년 2500여명의 아이들이 준비없이 사회로 내던져진다. 이들에게 1회 지원되는 자립정착금은 500만원. 3년간 자립수당 월 30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정착금은 광주시와 경기도만 올해 1000만원으로 상향됐다.

대부분이 살 곳을 마련하는데 쓰이고 밥 먹고 공부라도 더 하려면 구하기도 어려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해야 한다.

퇴소 이후 5년간 자립지원전담요원이 1년에 한 번 연락해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후속 조치가 취해진다고 하지만, 2019년 기준 모니터링 대상 1만2796명 중 대학진학에도, 취업에도 속하지 않고 연락 두절 상태인 보호종료 청소년은 6124명으로 48%에 달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얼마 전 광주에 들어선 삼성의 '희망 디딤돌' 센터는 참 반가운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 아닐 수 없다.

희망디딤돌 사업은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 임직원들이 지급받은 특별격려금 중 10%를 기부하기로 한 것에서 시작됐다. 기부금을 사용할 6개 사업 중 2만3000여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보호종료청소년의 자립지원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광주를 포함해 4개의 희망디딤돌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까지 목포, 순천, 전주 등 9개 센터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물론 이곳에서 지역의 모든 보호종료 청소년의 주거를 책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단 1년, 혹은 2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런 의미라면 수백억대의 기부금을 떠나서도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사업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와 역할, 책임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막연한 기부와 노력 봉사와 같은 자선 형태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생산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삼성의 희망디딤돌 사업처럼 기꺼이 '나도 마을의 일원이다'며 취약계층에 선뜻 손을 내밀어주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자주 보고 싶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